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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작사 · 작곡 교가는 친일 잔재? 예술 작품?3·1운동 100주년 기념 취재
김예은 기자, 이인준 기자, 황기하 기자  |  (rladp463@jj.ac.kr) (iij7717@jj.ac.kr) (klgk0421@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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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0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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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호 5면]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은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에 알렸다. 7개의 도시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농촌, 국외로 퍼졌다. 독립운동가 박은식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통해 인구 10%인 202만 명이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3.1운동 이후 3개월간 7,509명이 사망 · 15,961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3.1운동은 근대민족주의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고, 1945년 광복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 ‘친일 교가’ 논란

최근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의 친(親)나치 의혹으로 ‘친일 잔재 청산’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매해 이맘때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지만, 올해는 유독 뜨겁다. 애국가의 국가 논란과 더불어 ‘친일파 작사·작곡 교가’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친일 교가’문제의 물꼬를 튼 것은 광주지역 학교들이었다. 광주시는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지난 1월에 ‘광주 지역 17개 학교가 친일 음악인이 작사·작곡한 교가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자 충청과 울산, 인천 등 전국으로 친일 교가 전수조사 및 교체 작업이 확산됐다. YTN에 따르면 친일파로 분류되는 음악가들이 작곡한 노래를 교가로 사용하는 학교가 전국적으로 214개였다.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 113개교, 광주 17개교, 충북 19개교, 충남 20개교, 전북25개교가 친일파 작사·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중 전북권 내 학교는 초등학교 5곳, 중고등학교 20곳이었다. 대학교는 A 대학교(현제명 작곡), B 대학교(서정주 작사), C 대학교(김동진 작곡), D 대학교(김해강 작사)가 친일파 작사·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 E 대학교는 서정주가 작사한 교가를 10년 전에 고쳤다.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교가 바꿔야 해

“그걸 왜 아직도 안 바꿨는지 의문이 들어요.”,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그런 걸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일파 작사 교가를 사용하는 전북의 B 대학교 김모 학생과 윤모 학생의 시선이다. 친일파가 작사·작곡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실제로 우리 민족이라는 공동체가 붕괴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에 대해서 예술적 판단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뛰어난기량을 뽐냈다고 한들 친일 행위를 품긴 어렵다는 것이다.현재 광주 지역은 물론 충남, 충북, 경남, 전북 교육청은 교가 교체에 앞장서고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중등음악교육연구회와 연계해 희망학교 대상으로 작곡 편곡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병수 중등음악교육연구회 사무국장은 “가사를 바꾸거나 교가를 교체하는 것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교육적으로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각 학교에서도 교가 개선 작업의 필요성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청남도교육청은 친일파들이 작사·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혀진 31개교에 교가수정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지철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가 수정과 존속 여부는 동문회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 과정 자체를 역사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작사·작곡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황당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친일파 교가로 지목한 한 고교 교장은 “노랫말에 친일적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 단체가 친일파라 주장하는 음악가가 썼다는 이유로 교가를 바꾸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나아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의 객관성을 의심했다. 해당 학교 교장은 “한 단체에서 일방적으로 판단해 기록한 친일인명사전을 토대로 학교 교가를 교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친일적 내용이 없는데 친일파 혹은 친일파로 의심되는 사람이 작사·작곡했다는 이유로 교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개교한 지 100여 년 된 한 서울 고교 교장은 “이런 식이면 이들이 작사·작곡한 동요나 가곡을 학생들이 부르지 못하게 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친일인명사전에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작품까지 문제 삼는 것은 잘못이고, 그런 논리면 어릴 때부터 들은 동요도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요 ‘섬집 아기’는 친일파 이흥렬이 작곡했으나, 단순한 리듬과 화성 덕분에 쉽게 아이들이 부르고 있다. 친일 논란 부분은 명백하게 규정하는 것이 옳지만, 작품은 작품대로 인정해주는 게 옳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교가도 학교의 전통이기 때문에 교가 교체는 이들에게 민감한 부분이다.

 

친일 잔재인가, 한 예술가의 작품인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여론조사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3·1운동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따르면 ‘3·1운동 정신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친일잔재 청산 등 역사 바로 세우기’(43%)가 1위에 꼽혔다. 3·1운동 정신의 계승 방법으로는 ‘친일잔재 청산’이 가장높은 비중(31.9%)을 차지했다. 또한,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문재인 대통령은 “친일 잔재 청산은 친일이 반성해야할일이고, 독립운동은 예우 받아야 할 일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친일 잔재 청산을 정립했다.친일파 작사·작곡 교가는 친일 잔재인가. 한 예술가의 작품 인가. 쉽게 규정할 수 없다. 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 홍성덕 교수는 “친일파가 썼기에 고칠 필요성은 있지만, 주체적행위는 학교의 부분이다. 학교는 학교대로 역사와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획일적 잣대로 판단해선 안 될 문제다”라며 학교의 자율적 선택을 강조했다. 이어 “작품은 인정할 수 있지만 친일파에 있어서 철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예술, 문학적으로 뛰어나면 반민족적인 행위가 정당화 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며 올바른 역사 가치관을 지향하길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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