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목)


겨자씨

By 전주대학교 대학신문사 , in 신앙과 선교 , at 2023년 3월 14일

[전주대 신문 제927호 10면, 발행일: 2023년 3월 8일(수)]

 

바람이 분다. 겨울바람과는 다르다. 가까이서 온몸으로 맞아들이고 싶은 바람이다. 완연한 봄바람이다. 버들가지에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소리가 난다. 바람 소리이다. 계절을 부르는 소리이다. 그 소리에 꽃이 피어나고 얼어붙었던 겨울 땅에 생명이 꿈틀거린다. 그 소리에 메마른 가지에는 싹이 트고 초록물이 오른다. 동백꽃과 산수유와 매화, 그리고 복수초와 목련을 꽃 피우더니 개나리가 자지러지게 노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바로 그 소리이다.

 

▼ 소리를 듣기만 하는 사람이 있고 소리를 보는 사람이 있다. 소리를 보는 사람은 소리의 본질을 안다. 버들가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소리를 본다. 소리는 바람의 것이 아님을 본다. 소리는 버들가지의 것이 아님을 본다. 소리는 그 소리를 전달하는 공기의 것이 아님을 본다. 그렇다고 소리는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의 것도 아님을 본다. 소리를 듣기만 하는 사람이 결코 깨닫지 못하는 것을 소리를 보는 사람은 깨닫는다. 어디 한 군데 있지 않은 곳이 없으며, 어느 한 군데 붙잡힌 곳이 없 는 그것이 소리임을 안다. 그래서 소리를 보는 사람은 소리는 누구의 것도 아니며 동시에 모두의 것임을 안다. 문득 소리를 보아 알아차리는 순간, 눈이 뜨이고 진리를 깨달아 영원한 자유인이 된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 8:32).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요 1:23). 소리를 보는 세례 요한의 위대한 선언이다. 바람도, 버들가지도, 공기도, 소리를 듣는 사람의 귀도 소리의 주인이 아님을 알았던 세례 요한의 장엄한 신앙고백이다. 소리의 주인이 따로 있음을, 그래서 나의 몸, 나의 말, 나의 생각, 나의 집 모두가 그분의 것임을 선포하는 신앙 간증이다.

 

▼ 가진 것과 학식이 많아질수록, 명예와 지위가 높아질수록 소리를 듣기만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 몸의 주인이 아니나, 내 몸의 주인이 내 몸이 아닌 그 무엇으로 따로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소리를 보았기에 소명을 분명히 알고 있는 요한이 광야에서 외쳤다. 소리를 보기 위하여 순종하며 먼저 들어야 할 말씀이다. 하나님의 대학 전주대학교의 존재 이유요, 하나님께서 복으로 주신 2023년도 1학기 동안 모든 구성원이 함께 달려가야 할 신앙 여정의 결론이다. “주의 길을 곧게 하라”(요1:23). 아멘.

 

장선철 교수(상담심리학과)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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