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목)


고령화사회의 세가지 측면

By 전주대학교 대학신문사 , in 경제와 사회 미분류 , at 2020년 11월 12일

[전주대 신문 제904호 5면, 발행일 : 2020년 11월 11일(수)]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2020년이 된 현재, 불과 20년 만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노인 인구와 더불어 여러 방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자신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노인부양 문제를 꺼내며 의료 및 복지 지출 증가를 걱정한다. 노년층에서도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만, 그들의 고민은 경제적 측면뿐만이 아니다. 노인 소외와 핵가족화 등의 사회적 측면, 농업 생산 저하와 지역 소멸 등의 지역적 측면 또한 골칫거리다. 이번 호에서는 경제적 측면에 가려진 고령화사회의 다른 문제들을 다뤄보았다.

고령화 추세
UN의 고령화 분류 5단계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면서 3단계에 해당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년 전 2018년에는 노인 비율이 14%를 넘어 4단계 고령사회가 되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 추이에 따르면 2025년에 노인 비율이 20% 이상이면 해당하는 5단계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원인
대표적인 고령화의 원인은 평균수명 증가와 출산율 저하로 일컬어진다. 2000년 남녀 기대수명은 남성이 72.3세, 여성이 79.7세였다. 의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2018년에는 남성이 79.7세, 여성이 85.7세로 불과 20년 사이에 각각 6년 이상 기대수명이 증가했다.
출산율이 급격하게 낮아진 것도 고령화의 한 가지 원인이다. 출산율의 경우 경제적 부담과 함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꾸준히 낮아져 왔다. 2000년에는 가임여성 1명당 1.47이었던 출산율이 2018년에는 0.98명으로 가파른 감소 폭을 보였다. UN에서 발표한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8개국 중 198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순위에 위치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측면
핵가족 형태가 보편화되고 1인 가구도 함께 늘어나 홀로 사는 노인의 수 역시 증가하였다. 가족들의 외면도 원인 중 하나이며 일본에서는 무연사회(無緣社會)란 말이 나왔을 정도이다.
1인 가구 노인은 생활에서 갖가지 문제를 겪는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청년들에게도 부족한 일자리가 노인들에게 돌아가는 경우는 적다. 정부 정책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마련되고 있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자 등 정작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노인들이 신청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은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것조차 매일 겪는 어려움이다. 요즘에는 500m 이내면 편의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건물 밖에 나가는 일도 부담으로 느끼는 노인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생필품을 사러 나가기 어려운 고령자를 일컬어 ‘쇼핑 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러한 ‘쇼핑 난민’들을 위해 일본 곳곳에서 이동 슈퍼마켓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사업도 없어 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남아있다.
소외된 노인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더 자주 들려오게 되었다. 건강상의 문제였던 경우도 있지만 고립으로부터 오는 소외감에 자살을 선택한 사례도 존재한다. 자살을 선택한 노인들은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끊기고 별도의 사회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신종업종인 고독사 청소 업체가 생겨서 시신과 생전 머물렀던 집을 정리해 주는 일을 한다. 한 고독사 청소부는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아이 대신 인형을 끌어안고 죽음을 맞이한 노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1인 가구 노인들의 외로움을 대변하기도 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하고 있다. 20년에 걸쳐 1,500만여 명이 넘는 수의 사람들이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 예측된다. 이전보다 더 많은 1인 가구 노인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를 겪는 노인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지역적 측면
도시지역의 고령화 현상보다 농촌지역의 고령화가 더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농촌에서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17년에는 농촌지역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42.5%를 넘어섰다. 귀농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자체적 해결이 어려울 정도로 노년층 비율이 높아졌다.
농촌지역의 고령화는 농업생산량 감소를 뜻한다. 일각에서는 벼농사 기계화율이 98%를 넘어섰기 때문에 과한 우려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벼농사 이외에는 아직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농업이 많다. 일손이 부족한 형편이라 밭일을 하고 있는 노부부의 경우 한쪽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혼자서는 농사를 지속해 나가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229개의 기초지자체 중 39%에 달하는 89곳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인구 유출도 심해지고 있어 지역 소멸에 가속도가 붙었다. 소멸 위기 지역에는 현재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긍정적 측면
사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여파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든 서구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가 시작되었다. 단지 그 가파른 상승 곡선이 문제시되는 것인데 이 또한 의료 기술의 발전과 여성의 사회 진출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빠르게 변화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안
대안으로서 퇴직 연령을 늦추자는 의견도 나왔다. 벨기에의 경우 퇴직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퇴직 연령이 늘어나게 되면 노년층의 노후대비에 2년의 시간이 더 생기고 국민연금 지급 시기도 늦춰져 노인 복지에 들어가는 국가 재정이 줄어든다. 하지만 2년을 더 일하게 되어도 연금액수는 상향되지 않고 무엇보다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짐으로써 실질적인 수령 금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많은 반대가 잇따랐다. 만약 같은 식으로 우리나라에 적용되려고 한다면 벨기에와 같이 큰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논의되는 것 중 하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고용안정화가 되지 못해 아이를 포기하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안정된 일자리를 얻게 되면 경제적 여력이 생겨 출산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출산장려금과 같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는 인식의 변화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겠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어 포기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기에 고용안정화와 같은 맥락으로 경제적 지원 강화를 우선하자는 의견이다.

인식 개편
자연적인 해결이 어려움에도 아직 정부에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고령화 추이는 앞으로도 상승세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불가능한 고령화의 근본적 해결보다 고령화로 많아진 노년층에 대한 인식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2050년에는 경제활동인구와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비슷해질 전망이다. 갈수록 커지는 부양 부담으로 젊은층에서는 노인을 단순히 부양 대상으로만 여기며 꺼리기도 한다. 경제적 여건을 핑계로 부양을 포기하는 가구도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는 노인에게 박한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노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인식이 전환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노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노인의 고독사 문제처럼 고령화에서 파생된 몇몇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전국 고등학교에서는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도록 하고 있으며 대학과 기업에서도 사회봉사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 늘어났다. 봉사단체를 통해 1인 가구 노인을 찾아뵙거나 하는 일은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꼭 봉사 시간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노인들을 찾아뵙거나 돕는 일은 세대를 거쳐 노인이 될 우리 젊은층을 위한 사회적 백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강훈 기자(hkhoon95@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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