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8.(토)


구석으로 내몰리는 청소 노동자들

[전주대 신문 제912호 9면, 발행일: 2021년 9월 1일(수)]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 6월 26일 서울대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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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 신문 제912호 9면, 발행일: 2021년 9월 1일(수)]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

6월 26일 서울대 여학생 기숙사 휴게실에서 50대 청소 노동자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과로사의 대표 증상인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2019년 8월 9일 서울대 공학관 직원휴게실에서 한 청소 노동자가 숨진 지 2년 만의 일이다. 이 씨는 200여 명이 사용하는 4층짜리 건물을 홀로 담당했다. 또한 이 씨가 근무한 여학생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도 없어 업무강도가 더욱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강도 높은 일을 시키면서 제대로 된 휴게실 하나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청소에 불필요한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매기며 갑질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서울대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씨의 유족과 동료들은 “지난해 6월 새로 부임한 관리자가 청소 노동자에게 기숙사 명을 영어로, 학교 이름을 한자로 쓰는 등의 필기시험을 시행했고, 점수를 공개하며 모욕감을 줬다”라며, “회의 시간에 정해진 드레스코드를 지키지 않으면 평가점수를 감점하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가 업무에 지쳐 다른 관리자에게 “일이 많아 힘들다”라는 하소연을 하자 “늘 억울하시겠네요^^”라는 조롱 섞인 답장을 받은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더욱 커졌다. 노동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업무상 지휘·명령권이 있는 행위자가 청소 노동자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아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필기시험 실시와 시험성적 근무평정 반영 의사표시, 복장에 대한 점검과 품평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도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고질적인 문제다. 환경은 깨끗해야 하지만, 청소 노동자는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차별적 시선이 노동자들을 쾌적한 휴게실 하나 없는 구석으로 내몬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근로자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청소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휴식권도 누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학뿐 아니라 기업, 병원 등 여러 공공시설 청소 노동자의 휴게공간은 좁고 열악하거나, 그마저도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청소 노동자의 대부분이 중·고령 여성이라는 점도 차별로 작용한다. 통계청의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전체 취업자 중 68.1%가 여성이며, 청소 노동자가 포함된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취업자 중 80%는 50세 이상이다. 청소 노동자의 남녀 임금 차이가 23.9%인 것을 생각하면 복합적인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청소 노동자의 고용 구조도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다. 고용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쉽지 않아 사업장 내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용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해고가 무서워 참는 일이 태반이다. 이 씨 또한 불필요한 시험과 복장 단속을 거부하지 못했고, 강도 높은 업무를 견뎌내야 했다.

 

노동부는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과 노동자의 인권 침해에 관해 서울대학교에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에 대한 즉시 개선과 재발 방지를 지도했다. 또한 개선 방안과 계획을 수립해 모든 근로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관할지방 노동 관서에 조치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서울대학교 총장은 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노동자들에게 사과했으며,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TF를 꾸려 본질적으로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이행 사항을 점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청소 노동자의 인권 보호하자는 목소리 증가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 한 달간 23만여 명이 동의했고, 청와대는 17일에 ‘휴게시간에 노동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라며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 기준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청소 노동자의 인권 침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최근 국회에서 휴게시설 설치와 관련된 벌칙 (과태료)을 도입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개정법에 따르면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주는 1,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며,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 기준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해 미준수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한 휴게시설 설치 책임을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업체가 지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개정법은 내년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청소 노동자의 인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짐에 따라 정부가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또한 적지 않다. 우리 학교를 깨끗이 청소해주시는 분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다. 대표적으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다. 청소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배달 음식 쓰레기이다. 특히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채 내놓은 쓰레기는 일일이 분류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만 한나절이 걸린다. 학생들이 음식물은 따로 버리고, 플라스틱을 분류하는 등 분리수거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청소 노동자분들의 수고를 덜 수 있다. 학교 시설을 깨끗이 쓰고,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작은 배려가 큰 도움이 된다.

 

노동자 인권 더 나아가야

그러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폭염 속에서 선풍기 하나 없이 물류 작업을 하다가 택배 노동자가 쓰러지는 사건이 있었다. 제대로 된 냉·난방 시설이나 휴게시간도 없이 강도 높은 업무를 하는 택배 노동자의 사망 사건은 지난해만 16건이었다. 이에 택배업계와 고용노동부는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지정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택배 쉬는 날’에는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한진 등 주요 택배사 4곳과 우정사업본부가 참여했다. 그러나 아직 동참하지 않는 기업이 많고, 업무강도는 여전히 높다.

 

또한 제대로 된 휴게실도 없이 일하는 아파트 경비원이 있다. 아파트 경비원은 주민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에어컨을 달지 못하고,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누워서 쉴 수도 없다. 심지어 음식물 처리나 주차 등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주민도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고용노동부가 아파트 경비원의 충분한 휴게시설과 24시간 격일 교대제 근무방식을 개편하는 내용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인권 보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 사회에는 비정규직 근로자, 여성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등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사회는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체계적인 노동교육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를 향한 배려와 존중에서 시작된다.

 

양예은 기자(ong8304@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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