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목)


논란 속에 치러진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By 전주대학교 대학신문사 , in 사회 , at 2021년 12월 7일

[전주대 신문 제915호 5면, 발행일: 2021년 11월 24일(수)]

노 전 대통령 국가장 결정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10월 26일 8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닷새간 국가장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고인께서는 제13대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라며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총리는 “국무위원들과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전했다.

국가장법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逝去)한 경우에 그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집행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전직·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 등의 의견을 고려하여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장을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노 전 대통령은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으나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국립묘지 안장은 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만 가족장으로 치러졌으며, 여타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국가가 관장하는 국가장이나 국장,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노 전 대통령 국가장 반대 여론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발표 후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내란수괴 노태우의 국가장 취소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노태우는 전두환과 같이 12·12 군사 쿠데타의 주역으로 반란 수괴이자 광주 시민학살의 주범 중 하나”라며 “이러한 자의 장례를 국민의 세금으로 치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노 전 대통령 국가장에 유감을 표했다. 국가장 기간에는 법령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국기를 조기로 게양한다. 그러나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는 국가장 기간에 국기 조기 게양, 분향소 설치 등의 예우를 하지 않았다. 이는 5·18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된 시민을 고려한 결정으로,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존중하나 광주 시민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호남 지방을 비롯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반대한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하고, 5·18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제압하며 시민들을 학살했기 때문이다. 광주 시민을 대표하는 이용섭 광주시장은 노태우 전 국가장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에 전문을 첨부한다.

 

<성명>

광주시는 故 노태우 前대통령 국가장 기간에

국기의 조기 게양 및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시는 故 노태우 前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우리시는 광주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오월 영령과 광주 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 및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고인은 우리나라 대통령이었고, 우리의 정서상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우리 광주는 그럴 수가 없다.

고인은 5‧18 광주 학살의 주역이었으며, 발포 명령 등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생전에 진정 어린 반성과 사죄, 그리고 5‧18 진상규명에 어떠한 협조도 없이 눈을 감았다.

고인은 국가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시민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40년이 넘는 세월을 울분과 분노 속에 밤잠 이루지 못하는 오월 가족들,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행불자들을 끝내 외면했다.

우리 광주는 이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가 지도자들의 역사적 책임은 생사를 초월하여 영원한 것이다.

또한 역사는 올바르게 기록되고 기억될 때 교훈을 줄 수 있고, 강한 힘을 갖는다.

항상 시대를 선도해 온 의향 광주만이라도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지키는 길을 갈 것이다.

그리하여 전두환 등 5‧18 책임자들의 진정어린 반성과 사죄를 이끌어내고 그날의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를 다할 것이다.

 

  1. 10. 27.

광주광역시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김용집

 

역사적 과오 있으나 노력 또한 무시 못 해

정부의 노 전 대통령 국가장 결정에 동의하는 의견도 많다. 노 전 대통령이 역사적 과오를 저지른 사실은 분명하지만 반성하며 추징금 납부 등의 노력을 했고, 국가에 큰 공헌을 했다는 의견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적극적인 북방정책을 펼쳐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했으며, 이는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과 남북 유엔 동시 가입 등 한국의 외교 반경을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전두환 일가와는 다르게 노태우 일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무력 진압,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한 막대한 추징금을 납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광주 학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지만, 아들 노재헌 변호사를 통해 수차례 광주 영령들 앞에서 사죄의 뜻을 표했다. 노재헌 변호사는 ‘아버님 전 상서’에 “아버지는 5·18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희생과 상처를 가슴 아파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자 했다”라고 썼다.

 

국가장 진행 중에도 계속된 논란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10월 30일 영결식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국가장이 진행되는 닷새 동안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국가장에 대한 의견이 첨예한 탓에 영결식 곳곳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참여하지 않은 인사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영결식에서 추모 기도를 올렸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이홍정 목사는 내부 비판에 사퇴 위기까지 몰렸다. 이 목사는 당일 영결식에서 “고인이 남긴 사죄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겠다”라는 추모 기도를 했다. 이를 두고 교계에서는 고인이 직접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게 사과를 한 적이 없음에도 이 목사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이에 이 목사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전두환 씨가 사망할 때도 국가장을 치를 것이냐는 논란 또한 불거졌다. 노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국가장을 결정한 것이 선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이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두환 씨의 경우 국가장이나 국립묘지 안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행 국가장법에 제한 사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국가장 대상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에 대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두환이 국가장을 치를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민주주의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사회에 큰 논란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공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며,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아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간 사건들을 바라보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생각하고, 과거의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예은 기자(ong8304@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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