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덜 받는 시대
[전주대 신문 제927호 12면, 발행일: 2023년 3월 8일(수)]
우리는 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 사학연금 등 은퇴 이후 노후 소비생활을 대비하기 위해 연금 보험에 가입하여 미래 자금을 미리 저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국민연금, 군인이나 공무원의 경우 특수직역연금, 사기업이나 사립 기관의 경우 사학연금을 본인의 직업에 맞게 반드시 가입하게 되어 있다. 이는 연금공단의 기금을 유지하기 위한 강행 규정이다. 하지만 이 강행 규정도 해결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왔다. 2023년이 되면서 우리나라도 저출산국 1~2위를 다투고 있음과 동시에 초고령 사회(총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인 사회) 진입 예정 국가로 분류되면서 결국 국내에 있는 모든 연금공단은 빨간불이 켜지고 말았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가 열심히 모았던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억울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위기를 아직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5년 전인 지난 2018년도 국민연금 본부에서 계산한 데이터에 따르면 2042년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며, 2057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23년 1월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2041년에 적자로 전환되며,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된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연금 가입자보다 수급자가 더 많아지면서 기금 소진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 강국으로 국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연금을 못 받는 상황은 절대 오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역 활동과 자원 수입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종전·분단 국가라는 가장 큰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언제 다시 무너질지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국회에서도 앞서 말한 심각성을 알고 연금 제도를 손보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연금개혁’이란 단어가 뉴스에 떠돌고 있다. 개혁 내용을 보고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더 내고 덜 받자’라고 표현된다. 개혁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9%에서 15%로 인상, 군인연금 보험료율 14%에서 18%로 인상, 기초연금 지급 대상 범위 소득 하위 70%에서 50%로 축소, 퇴직금의 연금화 등 비용은 늘리고 혜택은 줄여서 연금 기금을 유지하자는 1차원적인 협의안뿐이었다. 우리나라 경제 시장의 수준은 국민의 소비 수준에서 비롯되는데 보험료 인상은 분명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과 같은 모수 조정 방안으로 보험료 납부자들의 불만을 물리치고 연금개혁은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금개혁의 또 다른 개혁을 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금 제도 뒤에는 앞으로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고 연금을 받을 2050·60년대 후손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듯 멀리 보고 연금개혁에 접근하길 바랄 뿐이다.
박헌빈 편집장(hans8150@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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