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8.(토)


독자투고_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주대 신문 제909호 7면, 발행일: 2021년 4월 14일(수)]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한주안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어요. 본인이 그렇게…

By editor , in 문화 , at 2021년 4월 14일

[전주대 신문 제909호 7면, 발행일: 2021년 4월 14일(수)]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한주안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어요. 본인이 그렇게 말하기도 했고. 만날 때마다 거의 매번, 저를 잘 못 알아보는 척 하더라고요. 몇 번은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가끔 장난인데 너무 진짜 같은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꽤나 자주 그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뭔가를 숨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면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느 날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 사람 앞에서 계속 서 있었어요. 하염없이, 내게 먼저 아는 척을 할 때 까지요.

그 사람을 멀리서 슬쩍슬쩍 쳐다보다가, 시선이 닿는 곳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그렇게 거의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을까요.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어요. 내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당연하게도 그 전화의 수신인은 저였고 저는 이유도 모르는 눈물을 겨우 참으며 전화를 받았고 이내 전화기를 든 그녀와 저는 고작 다섯 걸음 밖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어요. 무슨 일 있냐며, 어디냐고 묻는 그녀의 말에 대답도 못한 채 저는 한참 울음을 누르느라 애썼고, 곧이어 그녀는 내가 한참 전부터 옆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안면실인증. 그 사람이 앓고 있다는 병의 이름이에요.

부모와 애인의 얼굴조차 기억할 수 없는 동화 속 저주 같은 일들을 극복하기 위해 그녀는 저와의 통화 기록을 하루에 몇 시간씩 돌려 들으며 제 목소리를 귀에 새겼다고 했어요. 제가 감기로 목이 쉬거나 머리를 자른 날이면 전혀 모르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누군가 목을 조이는 것 같은 무서움과 자책감을 느꼈대요. 저는 그런 것도 모른 채 새로 자른 머리를 칭찬받고 싶어 하는 못난 생각을 했으니, 저도 참 멍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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