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목)


망 사용료 걷어 애국하자?

By 전주대학교 대학신문사 , in 오피니언 , at 2022년 10월 26일

[전주대 신문 제924호 13면, 발행일: 2022년 10월 26일(수)]

지금 우리는 인터넷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망 사용료’는 이러한 인터넷 사용 비용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분쟁의 당사자인 망 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이하 ISP)와 콘텐츠 사업자(Contents Provider, 이하 CP)는 인터넷 데이터 물동량의 증가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SK와 넷플릭스의 법정 공방은 갑작스러운 국회의 개입으로 법제화 바람이 불며 SK와 국회, 넷플릭스와 구글의 대립으로 확대되었다. SK와 같은 ISP 측은 ‘동영상 세상이 되면서 오가는 물동량이 늘었으니 이를 감당할 새로운 망 및 장비 구축에 CP도 분담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응하는 CP 측은 ‘지금까지 망에 접속하는 명목으로 요금을 주고받은 것이지 망을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주고받은 것이 아니며, 여기서 망 사용료라는 인위적인 과금 방식으로 인해 인터넷 생태계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라는 입장이다. 망 사용료의 법제화 시, CP의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중 하나는 망 사용료의 수용력이다. 개인 CP, 혹은 중소기업 CP와 같은 소규모 CP의 콘텐츠가 성장하여 해당 콘텐츠의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소규모 CP의 망 사용료 부담은 커진다. 이에 따라 해당 CP는 소비자에게 운영 비용을 받아 콘텐츠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한 비용의 상한선은 그리 높지 않다. 결국,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콘텐츠 대기업만이 망 사용료를 감당하며 살아남는다. 이러한 이유로 소규모 CP는 인기를 수익으로 전환하기까지의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초창기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엠군’(시냅스엠에서 2005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운영했던 대한민국의 동영상 플랫폼)과 같은 소위 ‘토종 동영상 플랫폼’들이 이미 무너진 사례가 존재한다. 사실 망 사용료 분쟁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실패했던 인터넷 종량제(네이버 종량제 버전, 이메일 유료 우표제 도입 시도 등)다. 이를 여의도를 등에 업고 다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 ISP에 대한 비판 여론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현재 소위 ‘K-망법’ 통과 시도의 대외적 명분은 보호무역주의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이익을 내는 외국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해 한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애국을 들먹이며 무려 ‘국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ISP와 해당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나라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어야 하나, 실정은 그렇지 않다. 국제무역의 기본 중의 기본은 상호주의다. 한쪽에서 1만큼을 한다면 다른 한쪽도 1만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미국 물건 관세가 10%라면 미국의 한국 물건 관세가 10%가 되듯이 말이다. 만일 법안이 통과되어 미국 기업이 한국에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면 반대로 우리 기업도 미국에 진출할 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해외 진출에 난항을 겪는 등의 이유로 국내 CP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다.

 

국내 ISP는 늘 망 사용료에 대한 이슈를 만들어왔다. 과거 ‘보이스톡’과 ‘스마트TV’의 출시 당시 ‘데이터 물동량의 증가로 감당할 수 없다’라며 망 사용료를 걷고자 했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분쟁에는 어째서 국회까지 나서서 법 제정 시도까지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ISP와 CP 모두 ‘상대가 이기면 소비자가 피해 본다’라며 서로 소비자를 볼모로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각자가 분쟁에서 승리했을 때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쪽은 없다. 이 모든 분쟁의 끝이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소비자에게만 피해가 전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현하 기자(dpdlcl@jj.ac.kr)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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