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6.(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음지문화, 알페스

[전주대 신문 제907호 12면, 발행일 : 2021년 3월 3일(수)] 최근 ‘알페스’라는 낯선 단어를 뉴스에서 많이 접했을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 특히…

By editor , in 오피니언 , at 2021년 3월 3일

[전주대 신문 제907호 12면, 발행일 : 2021년 3월 3일(수)]

최근 ‘알페스’라는 낯선 단어를 뉴스에서 많이 접했을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 특히 에브리타임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알페스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자. 알페스란 Real Person Slash의 약자인 RPS를 한국식으로 읽은 것이다. 알페스는 실존 인물들, 특히 유명인들을 엮어 로맨스 관계로 해석하고 창작해 낸 픽션 활동이다. 유명인뿐만 아니라 실제 인물이면 누구나 소재가 될 수 있다. 단, 표현 주제는 동성 커플로 한정한다.
알페스는 갑자기 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을까? 2021년 1월 10일 모 래퍼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팬이 작성한 알페스를 본 뒤, 충격을 받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실태를 고발한 것이다. 이후 알페스는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을 가진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약 22만 명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알페스의 역사는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대 1세대 아이돌로 꼽히는 H.O.T, 젝스키스의 팬덤이 이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팬픽 문화가 처음 등장했다. 알페스는 팬픽의 한 갈래인데, 팬픽으로 남자 아이돌 멤버 간의 ‘사랑’을 표현하면서 지금의 알페스로 이어졌다.

당시에는 팬픽이 음지 문화라는 인식이 희미했다. 모 기획사에서는 아예 자사 그룹을 소재로 한 팬픽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고, 심지어 아이돌 본인이 직접 유명한 팬픽 및 커플링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당시에는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는 팬픽의 개념이 국내에 제시된 초창기였던 점, 팬덤 문화가 형성된 초창기라는 점, 그리고 개인의 성적 지향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던 점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명예와 성적 지향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알페스 갈래의 팬픽은 일반인이 정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는 한 거의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의 폐쇄적 커뮤니티, SNS를 통해 음지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알페스가 음지 문화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이러한 폐쇄성에 의해 더 자극적인 글들이 늘어났다.

대부분의 창작물은 아이돌 멤버 간의 사랑을 다룬 글이었다. 그들의 허가와 동의 없이 성적인 묘사를 나타내는 글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아이돌 특성상 연령대가 낮아 미성년자인 멤버들이 많다. 이런 미성년자 멤버를 주제로 성적인 글을 창작하기도 한다. 이 행위 자체만으로도 윤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실제로 성희롱에 해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법적으로도 처벌이 가능할지 관련 법률을 찾아봤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ㆍ비디오물ㆍ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ㆍ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특히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형태에 대해 형태는 ‘필름ㆍ비디오물ㆍ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ㆍ영상 등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 그러나 여기에 ‘문언’이 규제 대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이에 따르면 알페스물 제작 및 소지의 경우 문언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직업 특성상 자신을 향한 원치 않는 성적 대상화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이 문제를 가시화시킨 모 래퍼는 의사표명을 했다가 단체 사이버불링을 당해 정신적 피해는 물론이고, 대외적 이미지에도 손상이 갔었다.

물론 알페스 성향의 글 중에 자극적이지 않은 글도 있다. 하나의 소설 갈래로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개인의 창작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팬덤 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특정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성적 의도가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어긋난 행위이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배우, 운동선수, 심지어 정치인까지 알페스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현재 알페스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를 눈감을 수는 없다. 사회는 개인들이 이러한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을 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페스가 때로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또한 건강한 팬덤 문화를 위해 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김현진 기자(flwmguswls@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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