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울리는 전세사기
[전주대 신문 제927호 8면, 발행일: 2023년 3월 8일(수)]
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 주된 타겟은 청년층
세입자의 보증금을 떼먹는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전세사기가 약 8,000채로 집계되며 세입자가 떼인 보증금이 약 2조 원에 달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전세사기도 허다하다. 날이 갈수록 피해 건수도 증가하고, 피해 금액도 커지는 추세이다. 국토교통부의 발표로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1월 중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거래 106건에 연루된 피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대 혹은 30대로 알려졌다. 이 중 30대가 50.9%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17.9%를 차지했다. 40대가 11.3%, 50대가 6.6%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이하 HUG)에 따르면 보증금 사기를 당한 사람 3명 중 2명이 청년층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청년층이 주된 타겟이 됐을까?
경험이 적은 20·30 청년들
전세사기 피해가 20·30 청년들에게 집중되는 첫 번째 이유는 전세사기 매물로 많이 나오는 3억 원 이하 전셋집이 신혼부부, 사회초년생들이 낼 수 있는 금액대라는 점이다. 이어 부동산 거래 경험 부족이 꼽힌다. 이들 중에는 계약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한 패거리인 부동산공인중개사의 설득에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에 관한 막막함을 가진 청년들이 공인중개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정하고 속이려고 하면 사기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거주 환경이 깨끗해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신축 빌라의 경우, 가격 정보가 없어 임차인은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높은 ‘깡통전세’인지 모르는 처지에 놓인다.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했는지, 전세금을 돌려줄 여력이 있는지도 임차인으로선 알 방법이 없다.
전세사기 유형
전세사기 유형에는 대표적으로 3가지가 있다.
- 대리인이 이중계약을 하는 경우
부동산 계약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직접 맺어야 하지만, 사정이 있는 경우‘대리인’이 대신 계약할 수 있다. 그런데 대리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로 계약하겠다고 해놓고, 세입자에게는 전세 계약을 맺은 후 보증금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다. 대리인이 아닌 월세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는 일도 있다.
- ‘깡통전세’를 계약하는 경우
깡통전세란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거의 비슷한 매물이다. 집주인(임대인)이 매매 가격보다 더 비싸게 전세 계약을 맺은 후, 해당 매물의 명의를 전세금을 돌려줄 만한 경제력이 없는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다.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으니, 경매에서 해당 주택을 낙찰받기도 한다. 세입자의 대부분은 대출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한 터라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이들 중 일부는 대출금을 반환하지 못해 신용불량 위기를 겪었다고 답했다.
- 신탁 사기의 경우
‘신탁’이란 부동산 재산을 전문가에게 맡겨서 관리하는 것이다. 집주인(임대인)은 신탁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도 하고, 전문가에게 관리를 맡겨 수익을 내기도 한다. 이렇게 신탁등기가 된 집은 집주인이 아닌 신탁회사가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집주인과 부동산 계약을 하게 된다면, 계약이 무효로 취급될 수 있다. 사실상 집주인인 신탁회사의 허락 없이 사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점유이니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전세 계약 전 확인해야 하는 것
- 대리인이 계약하는 경우
될 수 있으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직접 계약하는 게 가장 좋지만, 대리인을 꼭 써야 한다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대리인 신분증과 같은 서류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한, 계약 체결 전에는 집주인에게 직접 전화해서 계약 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보증금은 꼭 집주인 명의로 된 계좌로 보내야 한다.
- 전세와 매매 가격이 비슷한 경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으로 시세를 확인해 전세와 매매 가격이 비슷한 주택을 피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만약, 이런 집을 계약한다면 등기부등본을 통해 주택에 빚이 얼마나 있는지(=근저당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의 ‘을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전한 집이라도 집값이 내려가면 깡통주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을 맺은 후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
- 신탁 전세사기의 경우
등기부등본의 ‘갑구’를 확인해야 한다. 신탁 계약이 있는데 전세 계약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면‘신탁원부’를 확인해야 한다. 신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서류인데, 이 서류를 확인하면 부동산 임대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신탁된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신탁원부는 등기소에서 직접 발급해야 하고, 실제로 발급받아도 권리관계를 파악하는 일이 복잡할 수도 있다.
범정부 차원의「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발표
정부는 지난 2월 2일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책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전세사기 예방
- 반환보증 개선: 전세가율 100% → 90%
- 계약단계별 정보제공: 안심전세앱 출시, 매매계약 임차인 고지 등
-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임대인 신용 정보, 전세사기 위험 확인
② 전세사기 피해 지원
- 대출요건 완화, 대환 신설: 가구당 최대 2.4억(보증금 3억 한도) 지원
- 긴급 거처 지원 확대: 수도권 500호 이상 확보
- 낙찰 시 무주택 유지: 공시가격 3억(지방 1.5억), 면적 85㎡ 이하
- 원스톱 법률서비스 지원: 보증금 반환 절차 단축, 지원센터 보강
③ 전세사기 단속 및 처벌 강화
- 기획 조사: 단기간 다량·집중 매집, 동시 진행·확정일자 당일 매도 등
- 불법 광고·중개 퇴출: 집중 신고 기간 운영(‘23.1.6 ~ ), 수사 의뢰
- 공인중개사·감정평가 시 처벌 강화: 가담 의심자 전수조사(’23.2 ~ )
- 교란 행위 신고센터 역할 확대: 전세사기 의심 행위 관리
- 특별단속 6개월 연장: 검찰·경찰·국토부 협력 강화
이번에 제시된 내용은 모두 긍정적이다. 다만 일부 제도개선은 다가올 봄 이사 철 이후에 법을 개선할 예정인 점, 수도권과 지방 또는 주택상품 유형 간 시행 시기 차이,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미포함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계약은 개인과 개인 간의 약속이다. 이러한 것들을 정부가 모두 통제는 불가능하므로 완벽한 전세사기 차단은 어렵다. 계약 전후로 스스로 확인하는 절차를 꼭 밟아야 한다.
기사: 송민호 기자(immino@jj.ac.kr)
디자인: 김예은 기자(ekfzmadl@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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