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8.(목)


살인범의 자살? 말릴 이유 없어

[전주대 신문 제920호 8면, 발행일: 2022년 05월 25일(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당신, 희대의 연쇄살인마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당신의 눈앞에서 자살을…

By editor , in 기획 , at 2022년 5월 25일

[전주대 신문 제920호 8면, 발행일: 2022년 05월 25일(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당신, 희대의 연쇄살인마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당신의 눈앞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공익을 위해 고민하던 당신은 외면할 것인가? 살릴 것인가?

 

강호순, 유영철 등 역대 연쇄 살인범들이 사회를 뒤흔들었다. 연쇄 살인범 정남규는 2년간 13명을 살해했다. 그는 끔찍한 방법으로 살인을 하고 방화를 저지르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사형을 선고받자 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렇게 남의 숨통을 무자비하게 끊어놓은 살인범이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려고 한다면 살리는 것이 좋을까?

 

2012년, 전과 47범인 50대 남성이 출소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재소자 신세가 되었다. 그는 “감옥에서 나왔는데 돈도 없고, 갈 곳이 없어서 그랬다. 게다가 교도소에선 먹고 자는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교도소행을 자청한 것이다. 한 교도소의 교도관은 현재 수감 중인 전체 재소자 300명 중 대략 5%가량이 고의적인 범행으로 교도소를 찾은 범죄자들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요즘 교도소는 혹독한 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재소자들은 교도소에서 주는 밥을 먹고, 시키는 일을 하고, 그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까지 누리면서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속 편하게 생활하고 있는 동안 유가족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들어 생활이 무너질 것이다. 이런 재소자와 유가족을 놓고 본다면, 과연 누가 벌을 받는 것인가.

 

복역 중 모범수로 선발되어 사회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무기징역 재소자가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20년 후 가석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주재판부 제1-1형사부 김 부장판사는 무기징역으로 선고받은 범죄자가 형 집행 중 가석방되어 다시 죄를 짓는 경우를 다수 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신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들도 언제 다시 사회로 나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없게 힘을 써야 한다. 하지만 사형제가 폐지된 우리나라에서 범죄자와 사회를 영구 차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연쇄 살인범이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사회를 위해 굳이 말릴 이유가 없다.

 

자살한 연쇄 살인범 중 정남규의 죽음을 생각해보자. 그의 죽음은 벌을 받지 않기 위한 선택이였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들은 다르게 보았다. 정남규는 ‘내가 이렇게 잡혀 와 사람을 살해하지 못하니 너무 답답하다. 그러니 사형 집행을 하든지 나를 내보내달라. 사람을 죽이고 싶어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권일용 프로파일러에게 자주 보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프로파일러들은 정남규의 자살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결국 자신을 살해한 마지막 살인이라고 보았다. 연쇄 살인범은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무고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 연속으로 살해한다. 남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살인에 목말라서 또는 수감생활을 하기 싫어서 자신의 목숨마저 가볍게 여기려고 한다면, 자살하려는 살인자를 살려서 수감생활을 하도록 해도 결국 목숨을 끊을 것이다.

 

연쇄 살인의 가해자의 목숨을 구해서 좋을 일은 없다. 끔찍한 사건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그러려면 사형을 집행해서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 알려주고, 범행의 싹을 자르는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형이 폐지된 지금, 가해자들의 자살이 죄의 무게를 알려주진 못하더라도 재범을 막을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살인범들이 감옥에 가면 자신의 죄에 대한 합당한 무게를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은 자들이 자신의 목숨도 끊으려고 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두어 죽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끼도록 하는 것이 낫다.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최혜림 기자(chr9460@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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