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7.(월)


성장통을 겪는 사회

[전주대 신문 제907호 13면, 발행일 : 2021년 3월 3일(수)] 경쟁하는 삶에 지친 청년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한 철학가를 찾아갔다. 청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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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 신문 제907호 13면, 발행일 : 2021년 3월 3일(수)]

경쟁하는 삶에 지친 청년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한 철학가를 찾아갔다. 청년의 고민에 철학가는 “경쟁의 무서움이 그걸세, 패자가 되지 않으려면 늘 이겨야 하지.”라고 답했다. 작가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간결하고도 당연한 문장에 새삼스레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 경쟁이라는 쳇바퀴 위에서 뛰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우리 대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와도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성적, 공모전, 취업 등이 대학생들을 옥죈다. 무엇 하나 경쟁 아닌 것이 없다. 하지만 좌절감을 맛보지 않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등굣길에 학우들이 가볍게 발을 옮기는 대학로 카페의 채용 공고에도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지원을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으로 실업자 수가 157만 명에 달했다. 당장 취업사이트 정면에 보이는 모든 기업에 지원해도 패잔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어느 한군데라도 붙길 바란다면 취업 전선에 서둘러 뛰어들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업시장에 거센 한파가 불어오고 있다. 기업들은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많은 노동자를 해고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이니 신규 채용문이 열리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가뜩이나 많은 구직자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파산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회생 전망이 어두워 취업시장 한파는 한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대학 동기의 목소리가 무겁다. 입사 1년 차를 벗어나기 전에 권고사직을 당했단다. 지금은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또 다시 자격증 시험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닳고 닳은 ‘힘내’라는 말이 괜히 부담이 될까 싶어 말을 아꼈다. 연락이 뜸한 동기 중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대부분이었다. 2020년 공무원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37.2:1이다. 이는 소위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 공채시험의 과열된 경쟁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계속되는 시험 낙방에 자신을 잃어 간간이 소식만 전해오고 있다.

실패를 반복할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빠지는 취업준비생이 많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오는 실패는 나쁜 것일까. 어떤 책에서 철학가는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채용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을 전부 실패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그 과정을 도약을 위한 움츠림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실패를 성장의 일부분으로 본다면, 불안은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불안이란, 간절함의 반증이자 목표에 다가서려는 성장의 반작용일지도 모른다.

알랭 드 보통이 쓴 『불안』에선 ‘상냥한 만화가들은 우리를 괜찮은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놀린다’고 말하며 ‘그들 덕분에 우리는 마음을 열고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에 대해 받아들인다’며 설명한다.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대학가는 물론, 사회 전체가 일종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한강훈 기자(hkhoon95@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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