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8.(토)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 그날의 현실은

[전주대 신문 제912호 8면, 발행일: 2021년 9월 1일(수)]   7월 30일은 UN(국제 연합)이 정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이다. 인신매매는 단순히…

By news , in 기획 , at 2021년 8월 27일

[전주대 신문 제912호 8면, 발행일: 2021년 9월 1일(수)]

 

7월 30일은 UN(국제 연합)이 정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이다. 인신매매는 단순히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 납치, 협박, 강요, 감금, 유인, 강제력 등을 이용해 인원을 모집하고 이들을 운송, 이양, 착취하며 금전적인 이익, 수당을 얻는 행위까지 포괄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는 인신매매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인신매매 피해자는 약 4,000만 명으로, 79%는 성착취, 18%는 강제 노동을 위한 인신매매로 나타났다.

 

인신매매 보고서의 국가 등급 기준

미 정부 기관, 비정부기구(NGO), 해외 공관에서 수집된 자료로 작성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는 ‘인신매매 관련 입법 준수상황’을 기준으로 전 세계 국가를 3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1등급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며 인신매매 관련 입법 기준을 전적으로 준수하는 국가, 2등급은 관련 법규를 완전히 준수하지는 못하지만 납득할 만한 노력을 기울이는 국가, 3등급은 인신매매 관련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지도 않고 납득할 만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국가에게 매겨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인신매매 실태는 어떨까?

 

 

3등급 국가에서 1등급 국가로 껑충

우리나라는 2001년, 미 국무부의 첫‘인신매매 보고서’에서 3등급 국가로 분류되었다. 이후 2002년 6월 발표된 ‘2002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는 1등급으로 한 번에 격상되었다. 그런데 급상한 등급만큼 국내 인신매매 범죄도 과연 줄어들었을까?

 

2008년 인신매매보고서 원문에 따르면 그렇다고 볼 순 없다.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상업적 성 착취를 목적으로 국내 및 미국, 일본, 홍콩, 괌,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서유럽 등지로 여성과 여아를 인신매매하는 주요 송출국이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 북한,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기타 동남아 국가 출신 여성들이 취업을 위해 한국에 입국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성 착취와 가사 노역을 목적으로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을 뿐 한국 내에서는 여전히 인신매매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신매매 범죄의 현실은

현재 국내 인신매매 범죄의 수많은 화살은 이주여성들을 향하고 있다. 2017년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부분은 해외여성들의 강제 성매매다. 보고서에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기타 아시아 국가는 물론 중동과 남미 출신의 여성들이 한국 내에서 강제 노동 및 성매매를 강제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광진흥법에 의한 호텔업 시설, 유흥업소 등에서 공연 또는 연예활동에 종사하는 자에게 지급하는 E6-2 비자를 통해 한국에 온 여성들이나 국제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동남아 여성들 중 일부가 성매매나 강제 노동을 강요받는 일이 계속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에는 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일을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광고를 통해 성매매 업소로 유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입국할 당시 브로커에게 빌린 돈이 빌미로 잡혀 성매매를 관둘 수 없다. 업주들은 여성이 도주할 것을 대비해 여권을 빼앗는 둥 범죄 행위를 서슴지 않게 하고 있다.

 

또한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등지에서 벌이는 아동 성관광에 대해서도 2008년 이후 10년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강제 노역에도 주목했다. 피해자들은 자국이나 한국에서 채무에 연루된 후 그 대가로 ‘채무노예’가 된다는 것이 보고서 분석이다.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바다에 내던져져 강제 노동을 하게 되는 점이 큰 문제이다.

 

또 다른 범죄의 표적이 되는 한국인 피해자들은 지적 장애를 가진 남성들이다. 2014년 발생한 전남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처럼 스스로 올바른 사고를 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 남성을 데려다 폭행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은 채 노예처럼 노동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한국의 조치는?

이러한 인신매매 범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 형법에도 따로 인신매매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 조항이 생긴 201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기소된 경우는 단 9건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형식적인 동의라도 있었다면 업주의 물리적 지배가 인정되지 않는 등의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형법 적용이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4월,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입법화되었다.

 

이 법률은 국제 비준에 부합한 인신매매 개념을 도입하며 인신매매의 개념을 확대시켰다. 여성가족부는 법무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하여 인신매매 등의 방지 및 예방,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부처 정책 조정 협의를 진행하고, 집행조직 등의 추진 체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인신매매 실태조사를 실시해 인신매매 방지와 예방,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이어, 인신매매 피해 사실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와 권익 보호기관은 현장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밝혔다. 인신매매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담기관인 피해자 권익 보호기관을 전국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게 된다. 권익보호기관은 피해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상담과 응급조치, 사후관리를 지원한다. 수사, 재판 과정에서 법적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숙식이 제공되는 지원시설에서 지내며 상담, 의료, 취업, 법률에 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신매매 등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대국민 인식개선 캠페인 등의 홍보와 교육을 실시한다. 구체적으로 인신매매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방송, 신문과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홍보를 추진한다. 이 외에도 신고의무자, 수사·재판 관련 종사자, 근로감독관 등을 대상으로 인신매매에 대한 이해와 피해자 식별 역량 교육을 실시한다.

 

현재 ‘인신매매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이며 이후 국무회의 상정 및 공포를 거쳐,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아직 우리는 인신매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이 법률이 입법화됨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인신매매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만, 인신매매를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이 법률에 행위자 처벌 규정이 없어 불완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UN 인권이사회의 특별보고관도 해당 법안에 대해 2015년 비준한 UN 인권매매 방지 의정서 제3조가 정의한 인신매매에 해당되는 다양한 행위를 포함하지 못한 공백이 있으며 인신매매 관련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별도의 형사적 처벌 조항이 없다고 밝혔다.

 

인신매매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범죄 산업이다. 연간 15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77조 원 정도의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큰 범죄 산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윤혜인 기자(hyeout@jj.ac.kr)

일러스트: 윤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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