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2.(수)


솜방망이 처벌, 누구를 위한 법인가?

[전주대 신문 제906호 5면, 발행일 : 2021년 1월 13일(수)]   지난해 12월 12일 아동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징역 12년 형을…

By editor , in 경제와 사회 미분류 , at 2021년 1월 13일

[전주대 신문 제906호 5면, 발행일 : 2021년 1월 13일(수)]

 

지난해 12월 12일 아동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출소했다. 그의 과거 행적이 주목받으며 그가 받은 형량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도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조두순 사건을 중심으로 형량의 적정성 여부를 살펴보고, 비슷한 이유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사례들의 논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조두순 사건
2008년 12월 11일 경기도 안산시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사건이다. 사건 당일 조두순은 만 8세였던 피해자를 납치해 근처 상가의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후 중상해를 저질렀다. 질 나쁜 죄질에 더해 피해자의 심각한 신체 훼손 상태 때문에 당시 대중을 경악시킨 사건이었다. 2009년 9월 24일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과 전자발찌 착용 7년, 신상 공개 5년형을 확정 선고하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출소 후 문제
조두순의 출소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끔찍했던 범죄를 상기시키는 것 외에도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한 직접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조두순은 복역 중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 중인 아내에게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문제는 이 지역에 아직 피해자 가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한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이사를 가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또한 경제적 형편을 고려할 때 이사는 힘든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조두순 격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자 피해자 가족은 조두순 출소 전인 9월 23일에 결국 이사를 갔다. 다행히 피해자의 심리치료 주치의를 맡았던 신의진 전 의원이 모금 활동을 통해 3억 7백만 원을 지원해 피해자 가족의 이사를 도왔다.
피해자 가족은 이사를 떠났지만 안산시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 지역 주민들은 그의 재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조두순이라고 하면 2008년에 있었던 일명 ‘조두순 사건’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그는 이 사건 이전에 이미 전과 17범이었다. 10대 시절에 저지른 자전거 절도를 시작으로 상해치사, 금품갈취 등 평생에 걸쳐 범죄 행각을 이어왔다. 특히 1983년에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기도 하며 성범죄 또한 처음이 아니었다. 이 같은 그의 행적에 주민들은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법무부는 전담 보호관찰관을 통해 1대1 감시를 약속했고 김창룡 경찰청장은 조두순 대응팀을 구성해 24시간 감독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 밖에도 특별치안센터 설치 등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주취감경제도
최근 몇 년간 버닝썬, 미투 운동 등 성범죄에 관련한 사건들이 줄지어 드러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성범죄 형량이 외국에 비해 적은 것이 논란이 됐었다. 조두순의 출소와 함께 재조명된 그의 12년 형량도 피해자가 평생 안고 갈 상처를 생각하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두순이 12년의 형량을 받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인 주취감경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취감경제도는 술에 취한 상태를 심신미약 상태로 보고 감형해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로 인해 조두순은 유기징역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유기징역 제한이 15년까지였음을 고려하면 거의 최대치의 형량을 선고받은 셈이다.
반복되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심신미약 주장에 성폭력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성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은 심신미약 상태가 감경 사유에서 제외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타 범죄에는 주취감경을 인정하고 있으며 차라리 주취감경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또 음주운전에는 가중처벌을 하면서 타 범죄에는 감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제도의 타당성에 의문이 던져졌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2017년 3월 29일 인천에서 만 16세 김양이 만 8세 초등생을 유괴 살인한 사건이다. 범인 김양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만 18세 박양과 범죄를 사전에 모의하고 놀이터 공원에서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이후 피해자를 살해한 김양은 시체를 해부한 뒤 일부를 박양에게 건네주었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통해 근처 아파트에 사는 김양이 피해자와 함께 있는 CCTV 영상을 확보하고 수색 끝에 김양을 긴급체포했다. 2018년 9월 13일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주범인 김양은 징역 20년, 공범인 박양은 방조 혐의만 적용하여 징역 13년이 선고되었다. 김양의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했지만 소년법이 적용되어 최대 형량인 20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미국의 아동 성범죄 처벌
2018년 2월, 30여 년간 300명이 넘는 여성을 성폭행한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가 징역 175년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몇백 년의 형량을 선고하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서 들리곤 한다. 각 범죄의 형량을 누적하여 총 형량을 선고하기 때문인데, 만약 다수의 인원을 상대로 범죄를 일으키면 피해자 각자에 대한 형량이 모두 더해진다.
워싱턴주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구금 제도가 있다. 죄질이 불량한 일부 성범죄자의 경우 복역을 마쳤더라도 구금할 수 있는 특별법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지나친 엄벌주의라는 의견도 있지만 높은 형량에 따른 범죄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년법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다. 14세 이상부터 19세 미만 소년범의 재판 절차와 징역 제한에 대해 명시되어 있다. 유기징역형에 대해서 단기는 5년 이하, 장기는 10년 이하(가중범의 경우 단기 7년, 장기 15년)로만 처벌할 수 있고, 사형과 무기형의 경우에도 15년의 징역(가중범의 경우 최대 20년) 이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이외에도 강릉 고등학생과 부산 중학생 폭행 사건이 잇따라 화제가 되면서 강력범죄에 대한 미성년자들의 인식과 태도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또한 성인이 미성년자를 범죄에 연루시켜 악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미성년자를 속여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하거나 대포 통장에 들어온 돈을 전달시키는 범행에 동원한 사례가 빈번히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밝혀지면서 소년법 폐지 청원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폐지에 대한 여론이 커져가지만 청와대는 법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을 일관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9년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소년범죄자 66,142명 중 3,509명이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만약 강력범죄를 저지른 5.3%의 청소년을 엄중처벌하기 위해 소년법을 폐지한다면 94.7%의 청소년은 교정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이 중에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경우나 의도치 않은 실수를 저지른 경우도 있을 텐데 이러한 청소년들을 보호할 법은 계속해서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성인 수준의 책임을 물으려면 성인 수준의 권리 또한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지방법원 천종호 판사는 소년법 폐지로 청소년이 사형과 무기징역 등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지위가 박탈 가능한 대상이 된다면 사회에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선거권 등도 마찬가지로 주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술과 담배 문제 등이 포함된 청소년보호법 또한 하향 조정되어야 할 것이고 다른 수십 개의 법도 일괄 개정돼야 할 것이지만 너무나 많은 논의가 필요해 당장은 바꿀 수 없는 사안이다.
폐지가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쟁점 중 소년법상의 소년 연령을 하향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고 강력범죄에 한해서 소년법 적용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개정의 필요성만큼은 모두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범죄에 합당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허울 뿐인 법이 되고 말 것이다. 조두순 사건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에서처럼 가해자를 지키는 법이 아닌 피해자를 지키는 법으로 바뀌도록 계속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강훈 기자(hkhoon95@jj.ac.kr)

일러스트: 국한별 기자(201873008@jj.ac.kr)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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