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6.(수)


스펙사회와 책에 대한 짧은 생각

-866호. 발행일 : 2017년 5월 17일(수)- 지난 주말에 인기 영화 ‘미녀와 야수’를 보았다. 영화에서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는 미녀(배우: 엠마왓슨)는…

By editor , in 오피니언 , at 2019년 7월 16일

-866호. 발행일 : 2017년 5월 17일(수)-

지난 주말에 인기 영화 ‘미녀와 야수’를 보았다. 영화에서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는 미녀(배우: 엠마왓슨)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 마을에는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보니 ‘혼자 생각하는 사람’ 또는 ‘정신세계가 특이한 사람’ 등으로 마을사람들로부터 낙인이 찍히게 된다. 그런데 미녀는 야수(배우: 댄스티븐스)의 대저택에서 장미꽃을 꺾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야수의 성에 갇히게 되는데, 이런저런 스토리 중 야수에게 무장해제(?)되는 순간이 있다. 그건 바로 수많은 책들이 넘쳐나는 야수의 서재와 야수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줄줄이 외우는 순간에서이다.

그동안 살면서 ‘미녀와 약수’ 책도 여러번 읽고, 영화도 몇 번 봤는데,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새삼스레 깨닫게 된 사실은 미녀가 얼굴도 잘생기고 사회적인 조건도 훌륭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 내면이 황량한 개스통(배우: 루크 에반스)을 절대 좋아할 수 없었고, 괴물인 야수와 사랑에 빠졌던 이유는 바로 야수가 책을 사랑하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는 점이다.

문득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들 한 사람을 정의할 때 출신 학교는 어디이고, 부모는 어떤 일을 하시며, 현재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겉으로 드러나고 계량화할 수 있는 잣대를 사용한다. 이와 같이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소위 ‘스펙(spec)’으로 획일화되어 버렸고, 이는 한 사람의 인격과 자존감 그리고 성실함을 뒷받침해주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스펙을 빼고 나면 남는게 무엇인가? 더군다나 무한 경쟁사회에서 뒤쳐진 대부분의 사람은 열패감에 사로잡히고, 스펙 경쟁에서 스스로 승자가 된 자 또한 승리에서 오는 희열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남는 것은 경쟁의식에 사로잡힌 불안감과 이기심 그리고 황량한 내면뿐이다. 오늘날 물질적인 부의 양은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 더 커졌고, 이로 인하여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삶의 수준 또한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개개인의 삶의 질이나 행복감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무한 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다. 이것이 바로 스펙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지금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펙과 맞바꾼 영혼의 치유와 떨어진 자존감의 회복인데, 이는 좋은 책을 통해서 상당 부분 성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추사 김정희는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고,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는 “가장 싼 값으로 가장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바로 책이다.”라고 했다. 책은 인간의 영혼을 아름답고 순수하게 만들어 주고, 선한 생각과 바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자양분이 된다. 그리하여 책은 궁극적으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 주고 한 인간의 내면의 모습을 단단하게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 인해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으며, 진정한 내면을 파악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속에서 미녀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도 흉측하고 비호감인 야수에 반하듯이 말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도 한 사람을 정의내릴 때 그 사람의 스펙뿐만 아니라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꿈을 간직하고 있는 자인지, 따듯한 마음과 맑은 영혼으로 이 세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생성하고 있는 자인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자인지, 삶에 대해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등의 내면의 평가 잣대가 통용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전한덕교수  |  (금융보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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