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3.(수)


아픈 청춘을 위하여

-856호, 발행일 : 2016년 10월 5일(수)-     몸이 아프면 괴롭다. 몸살감기만 걸려도 으스스 춥고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다….

By editor , in 오피니언 , at 2019년 7월 9일

-856호, 발행일 : 2016년 10월 5일(수)-

 

이경재 교수 (금융보험학과)

 

몸이 아프면 괴롭다. 몸살감기만 걸려도 으스스 춥고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다. 신체적인 아픔이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빼앗아 가기도 한다. 그래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모든 이의 소망이다.

육신의 아픔뿐 아니라 마음의 아픔도 마찬가지이다. 상처받고 마음이 아파 우울증 등이 심해지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한다. 그래서 신체적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보다 더 성숙한 삶을 살기 위해선 아플 때도 있어야 한다. 아픔을 겪고 나면 그로 인해 삶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고 궁극적으로는 보다 더 아름답고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복효근시인의 시 중에 ‘눈, 스무 살로내리다’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춥고 눈이 쌓이는 날, 화자(話者)가 계곡물을 길러 가는 신부를 보니 귀가 추위에 빨갛게 얼었다. 그는 패던 장작을 내려놓고 산토끼나 한 마리 잡아서 그 가죽으로 신부 귀를 감쌀 귀 덮개를 만들어 주려고 토끼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막상 눈처럼 하얀 토끼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애처로이 화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토끼의 귀가 사랑하는 신부의 귀처럼 빨갛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화자는 토끼와 토끼의 신부와 그 어린 자식들이 안쓰러이 떠올라서 마른 풀이라도 뜯어 먹으렴 하면서 언덕에 쌓인 눈을 파헤쳐주곤 모른 척 돌아서 내려온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토끼도 화자나 마찬가지로 처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가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죽으로 자기신부 귀 덮개를 만들어 주기 위해 그 토끼를 죽이자니 그것이 아픔으로 다가온 것이다.

상대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요즈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생각해 보자.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면 학교폭력이 생길 리 없다. 가해학생도 이미 가해자가 아닌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요즈음 인문학 학습의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먼저 내 안을 들여다보며 자기성찰을 하고 또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다. 깊이 들여다볼수록 아픔도 커진다. 그러나 그 아픔을 통해 나를 쓰다듬고 상대를 배려하며 보다 더 깊이 있는 삶을 사는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성공회대학교 신영복 석좌교수께서는 ‘더불어 한 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지금 이 땅의 청년들이 아프다. 이들의 입장에서 나도 아픔을 함께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좋은 선생이 될 자격이 있을 것이다.

훌륭한 교수보다는 먼저 학생들의 아픔을 품어 안을 수 있는 교수, 그래서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며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좋은 교수가 되리라 다짐해 본다.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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