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목)


우크라이나 사태, 우리 경제는?

By 전주대학교 대학신문사 , in 경제와 사회 , at 2022년 3월 31일

[전주대 신문 제918호 4면, 발행일: 2022년 03월 30일(수)]

 

*본 기사는 2022년 3월 7일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현재 국제 정세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러시아는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것을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국의 안보 이익 확보를 목표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불과 침공 하루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는 외교적 해결 모색에 항상 열려있다.”라고 말하며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는 발언을 한 바 있어 전 세계에 실망감을 안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러시아의 행보가 우리나라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러시아 꼼짝 마!

우선 러시아에 가해지는 세계적인 제재에 대해 짚고 갈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미국의 S&P는 단기간에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단계인 BB+로 강등시켰다. 서방 진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내놓은 대러시아 제재였다. 이어 서방 국가들과 미국은 러시아를 국제금융결제망 SWIFT에서 퇴출하였다. 패션 브랜드인 자라, 페이팔,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제재에 동참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기준금리를 2배 이상 인상했음에도 국채가격과 루블화가 폭락하는 등 경제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 정부의 “서방의 경제 제재가 아무런 타격이 되지 않는다”라는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이미 러시아 은행들의 지점과 현금인출기에 현금을 인출하려는 인파가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또 다른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한 곳인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여기에 더해 S&P가 추가로 러시아의 신용등급을‘BB+’에서 ‘CCC-’로 무려 총 10단계나 낮추기에 이르렀다. 또한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가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해당 카드로는 결제는 물론, 현금 인출마저 불가능해졌다.

 

러시아 때문에!

다음으로 알아볼 사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먼저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각종 원자재의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이에 따른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증권거래소에서의 천연가스 가격이 $2,28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30분 만에 $2,300에서 $2,400달러로 $100가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였다. 지난 7일에는 무려 $3,700를 돌파했다.

 

또한, 러시아산 철·비철의 가격도 급등하였는데 철과 알루미늄, 니켈, 아연, 납, 나프타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연중 최고점을 갱신하며 치솟고 있다. 이는 작년부터 심해지고 있는 글로벌 물동량 정체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작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기준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니켈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4.64% 급등해 톤(t)당 $37,471에 거래됐다. 이는 2008년 3월 이후 최고치로,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같은 날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4,060로 전 거래일 대비 4.05% 상승하며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때 천연가스가 주요 원료로 사용된다. 러시아는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량의 5~6%를, 니켈 공급량의 약 11%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인 중국이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생산 억제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알루미늄 공급이 중단되면 가격 강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니켈 역시 마찬가지로,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원자재인 니켈은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일수록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어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순도가 높은 ‘Class1’ 니켈 분야에서 최대 수출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가 영향을 받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사료곡물이다. ‘유럽의 빵집’이라고도 불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별명에 맞게 세계 밀 시장에서 세계 교역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상당한 공급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 지역에서의 밀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자 밀 가격이 폭등하였다. 7일 기준 최근 1주일 넘는 기간 동안 밀값은 60% 넘게 급등했다. 밀은 많은 국가에서 주식으로 활용되는 만큼 가격이 급등하면 심각한 식량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2008년, 밀과 쌀값이 폭등하자 세계 식량난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교역 대상국으로는 10위다. 그중 교역 비중이 가장 높은 자동차 업계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자동차는 러시아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할 정도이며, 자동차 부품까지 합칠 경우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SWIFT에서의 러시아 퇴출은 러시아에 치명적인 경제적 피해를 주지만 국내 기업 역시 러시아로부터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러 수출 비율은 1.6%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수출 제재에 동참하는 나라가 많아지며 세계 교역 자체가 위축되면서 경기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러시아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팔라듐의 주 생산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작년부터 이어져 온 반도체의 공급난 문제 해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또 다른 핵심 소재인 네온 가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작으로 생산된다. 과거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는 가격이 600%가량 오른 적이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가격 폭등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피해는 국내 정유·화학업계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로부터 만들어지는 ‘납사’라고 불리는 나프타는 에틸렌의 원료로 러시아산이 수입의 23%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입이 제한되면 추가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또한 국제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국내 기름값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제품 가격비교사이트 오피넷은 7일 현재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이 전날보다 6.20원/L 상승한 리터당 1819.10원이며, 경유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7.57원/L 상승한 리터당 1653.58원이라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경우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10.23원/L 상승한 리터당 1891.86원이며, 경유 가격은 전날보다 8.89원/L 상승한 리터당 1728.65원이었다.

출처 :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김현하 기자(dpdlcl@jj.ac.kr)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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