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2.(수)


인기 만능주의의 현주소

[전주대 신문 제908호 12면, 발행일: 2021년 3월 24일(수)]   박하영 기자(muncildo@jj.ac.kr)   인기 만능주의의 현주소 스포츠계를 들썩이게 했던 학교폭력 논란이…

By jjnewspaper , in 오피니언 , at 2021년 3월 31일

[전주대 신문 제908호 12면, 발행일: 2021년 3월 24일(수)]

 

박하영 기자(muncildo@jj.ac.kr)

 

인기 만능주의의 현주소

스포츠계를 들썩이게 했던 학교폭력 논란이 연예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수진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한 커뮤니티 글을 시작으로, 배우 조병규, 박혜수, 이나은 등 많은 유명 연예인들을 향한 학교폭력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소속사는 생활기록부 등 간접적인 자료를 제시하거나 법적 대응을 선포하며 해당 사실을 부인했고, 피해 당사자 또한 2차 폭로로 대항하여 공방은 계속해서 길어졌다. 학교폭력 특성상 직접적인 증거 제시가 어렵고 결국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증언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력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연예인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활동을 중단했으며, 이는 여러 소속사와 방송사, 광고사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다. 대중 또한 혼란스러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해당 연예인을 믿고 있던 팬들은 물론이고, 근거 없는 관상을 들먹이며“그럴 줄 알았다”고 하는 사람부터, 폭로 이전에는 문제 되지 않던 언행을 비난하는 사람, 허위사실이라 단정 짓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가하는 사람, 일단 한 발 물러나 중립을 지키는 사람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의견이 있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여과되지 않고 연예계에 들어온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연예계에 데뷔할 때 ‘인성’이 장애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전부터 연예인의 인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를 하대하거나 팬을 기만하고 이용하여 비난받은 연예인, 아이돌 그룹 내에서 발생했던 왕따 사건 등이 그 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은폐할 수 있을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성보다는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는 것이 우선시 되는 연예계의 구조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모든 구성원이 좋은 사람일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점점 인성보다 다른 요소들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성을 평가 요소로 넣거나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 형식적인 절차로 치부된 지 오래고, 이미 인성을 적당한 이미지 관리로 여기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연예계는 대중으로부터의 인기가 곧 능력이고 수익이다. 그만큼 대중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도를 지나친 요구에도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직업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만 잘 관리하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메라를 켰을 때와 껐을 때의 모습이 같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악마의 편집’이란 단어가 나올 정도로 편집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미지는 무궁무진하다. 인성이 결핍된 연예인의 데뷔를 앞두고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은 편리한 지름길을 두고 굳이 먼 길을 돌아가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소속사에서 데뷔 전 해당 연예인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소속 연예인의 미래에 투자를 하는 소속사는 투자 대상의 가치를 떨어뜨릴 여지가 있는 모든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속사는 당연한 투자의 이치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소속사가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데뷔 이후 논란이 되더라도 대다수는 허위사실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논란을 덮기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근본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정확히 짚고 가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사건을 덮고 대중에게 잊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탓이다.

학교폭력을 일으킨 적이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연예인과 그 지망생들 또한 이번 논란에 영향을 받았다. 자신의 과거가 발목을 잡기 전에 재빨리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피해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사과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가해 사실을 폭로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을 때까지 강압적인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올바르지 못한 사과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된다.

연예계에서 ‘인기 만능주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대중의 관심에 따라 일자리와 일거리가 생기는 구조에서, 인기는 연예계가 돌아가는 원동력인 동시에 대다수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연예인은 인기 자체를 목적으로, 소속사와 방송계는 인기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볼 것이며, 대중들은 대중매체에 나오는 모습만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기와 인성 중 반드시 택일해야만 하는 구조가 아닌, 인성이 기본적으로 갖춰진 상태에서 인기를 추구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인성이 부재된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니, 이제는 연예계 깊이 자리 잡은 인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박하영 기자 (muncildo@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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