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경이 좋은 강의를 만든다’ 교수노조 위원장 인터뷰
[전주대 신문 제910호 9면, 발행일: 2021년 5월 12일(수)]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전주대학교 교수 노동조합 위원장인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 오재록입니다.
우리 학교에 부임한 지 14년 되었고, 학과장을 10년 정도 맡은 경험이 있습니다.
Q. 지난해 교원노조법이 개정된 후 전국 최초로 교수노조 설립을 주도하셨는데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교수노조 설립을 결심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지난 14년 동안 전주대학교에 근무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자긍심도 컸지만, 부조리한 점도 많아교수들이 떨쳐 일어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갈수록 열악해져 가는 대내외 상황에서 교수들이 오로지 학생들만 바라보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구인 교수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노조 설립에 있어 대학노조의 선례가 없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노조를 설립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A. 교수들이 기득권 집단이고 이미 배부른 자들인데 이들이 노동자냐는 대내외적 인식을 극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법으로 보장된 노조 활동에 대해서 우리 학교법인과 학교 당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아 이를 바로잡아 하나하나 직접 헤쳐나가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Q. 교수노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전주대학교를 비롯한 지방사립대학의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교수노조는 이러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이 마련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추동하는 묵직한 소임을 수행할 것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로잡는 데 힘을 쓰고,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과 지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Q. 교수노조가 하는 일이 재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A. 현재 대학 당국이 여러 가지 정책의 방향을 정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학교가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이를 반대하고 저지하는 목소리도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번 학기에 교내 확진자가 나왔을 때 기숙사를 개방한 일은 옳은 방향이 아닙니다.
갈 데 없는 학생들을 위해 개방한 측면도 있지만, 핵심은 금전 관계 때문입니다.
기숙사를 지을 때 민간업체와 계약했기 때문에 기숙사비를 통해서 이익을 보존해줘야 하는데, 만약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생기거나 학생 수가 감소해서 기숙사를 다 못 채우게 되면 계약 기간 동안 학교가민간업체에 돈을 메워줘야 합니다. 통학버스도 마찬가지로 외부와의 계약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이용을 안 하면 학교가 금전적인 부담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학교는 기독교 학교입니다. 금전보다 우리 구성원의 안전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금전적인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저희 같은 일반 교수들은 학교의 책임감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학교 측의 권리와 의무가 균형적으로 분배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보며 교수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학생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노조는 학생들을 위해 그런 역할들을 합니다.
Q. 전주대 교수노조가 대학 교수노조 가운데 최초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학교법인과 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단체협약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 있나요?
A. 교수노조는 교원노조입니다.
교원노조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단체행동권. 즉 파업이 없습니다.
그래서 노사 간 의견대립이 발생하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 등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개념은 일반 쟁의인데, 파업을 하는 일반 노조와 달리 교수노조는 정부가 나서서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만일 합의가 안 되면 강제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이를 통해 맺어진 단체협약은 노동조합 사무실 요구, 자료요구권, 노조 홍보활동 등 조합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과 교권 침탈 저지 방안, 교원인사위원회 참관 등의 교권 수호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승진 및 재임용을 하여 고용이 안정되도록 하고, 비정년 계열 교수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내용 등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추락한 교권과 구겨진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교수들이 신나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입니다.
Q.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앞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의 처우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근본적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문제는 교육부 책임이 크지만, 우리 대학을 비롯한 전국의 사립대학들이 비정년트랙을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도입, 운영하면서 비정년트랙 교수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단체협약에서 향후 비정년트랙을 정년트랙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도록 현재의 연봉제를 호봉제로 전환하고, 정년 계열과 비정년 계열의 임금 격차를 단계적으로 줄이며, 1인 1실 연구실을 제공하고 신분상의 제약요인 해소 등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사실 제도뿐 아니라 운영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법인과 대학 당국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Q. 전주대 교수노조가 전국 최초로 출범한 만큼 선발대로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주대 교수노조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A. 현재 전국적으로 교수노조가 60개 정도 설립되어있습니다.
전주대 교수노조가 전국 최초로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고, 단체협약도 전국 최초로 성립시켰기 때문에, 그 비결을 묻는 문의와 조언 부탁이 전국적으로 쇄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주대 교수노조는 네비게이터로서 그러한 요청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으며, 강고한 연대를 통해 전국 대학들이 건전한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Q. 앞으로 교수노조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인가요?
A. 우리 전주대학교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좋은 위치에 놓여 있고, 교수들과 학생 자원들이 우수하여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국립대와 달리 교수들이 학생들과 유독 가깝고, 학생을 세심하게 지도하는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교수들의 노력이 평가절하되고 잠재력이 소진되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수노조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며, 학생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강고한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더 좋은 강의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생각합니다.
교수노조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며, 학생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강고한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또한 어떤 공동체이든 내부의 비판 기능이 죽어 있으면 스스로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양예은 기자(ong8304@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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