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6.(수)


정녕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

[877호 12면, 발행일 : 2018년 4월 11일(수)] 새 정부의 노력으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엊그제 밤…

By editor , in 오피니언 , at 2019년 7월 24일

[877호 12면, 발행일 : 2018년 4월 11일(수)]

새 정부의 노력으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엊그제 밤 TV를 통해 ‘2018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의 주요 장면을 시청하면서 줄곧 가슴 벅찬 감동으로 전율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류(韓流) 문화가 과연 저 동토의 땅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낯익은 가수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들려 준 노래들은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리며 커다란 감동과 환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남측 예술단이 보여 준 솔직하고 대담한 노랫말과 율동, 풍부하고 기교 넘치는 박자와 음정들이 획일화되고 경직된 그들에게 어쩌면 당황스러운 충격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따금씩 화면에 잡히는 젊은 관객들의 여러 표정을 보면서 이런 문화 행사야말로 북녘 동포들을 더 넓은 세상과 문명으로 안내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며 묘한 흥분과 기대에 젖었던 것 같다.
최근의 남북 간 교류는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남북단일팀 구성이 문제로 불거졌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북녘의 선수가 포함됨으로써 기존의 남녘 선수의 출전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상황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몇 년 동안 열심히 땀 흘리며 훈련한 선수나 대표팀 입장에서는 이런 갑작스런 조치를 수용하기 힘들었음에 틀림없었다. 다행히도 큰 반발이나 사고 없이 선수들과 코치진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무사히 대회를 마쳤고, 헤어질 때는 모두들 부둥켜안으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남북 화해와 교류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과 팀의 손해를 감수했던 선수들과 코치진의 희생이 빛났던 시간이었다. 이와 함께 이 일로 우리 모두는 정녕 통일을 소원하고 있는지도 반문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노래나 구호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하지만 세대가 지나갈수록 통일에 대한 염원은 점점 퇴색해지는 것 같다. 북녘에 가족이나 고향을 둔 어른들은 이미 구세대가 되었다. 젊은 세대에게 통일은 오히려 감당할 수 없는 큰 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솔직히 철저한 이념과 엄격한 생활로 무장된 북녘 사람들과 더불어 같은 나라에서 어울려 사는 것이 불편함을 넘어서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정녕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수 있을까.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이나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통일 문제에 관하여 깊이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막연한 구호나 구체성 없는 당위로만 통일을 말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세계 최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남북한의 지정학적 위치와 지난날 우리 민족이 겪었던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에 비추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통일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주변국들을 안심시키며 우리 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번영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다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도 북녘 땅에서 지하 교회를 섬기는 선교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아직도 적지 않은 북녘 동포들이 맨 처음 이 땅에 전해진 기독교 신앙의 순수함과 신실함을 목숨처럼 지키며 통일될 그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방송국장 박기범 교수 (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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