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6.(토)


제4강. 글쓰기 클리닉

865호. 발행일 : 2017년 4월 26일(수) 개인 트레이너와의 만남 ‘트레이너(trainer)’란 운동선수를 훈련시키고 지도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개인 트레이너’란 오직 한 사람만을…

By jjnewspaper , in 경제와 사회 , at 2019년 7월 15일

865호. 발행일 : 2017년 4월 26일(수)

개인 트레이너와의 만남

‘트레이너(trainer)’란 운동선수를 훈련시키고 지도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개인 트레이너’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열성을 바치는 지도자를 일컫는다. 글쓰기클리닉센터는 우리학교 학생들을 위해 글쓰기에 관한 개인 트레이너를 제공하는 곳이다.

스포츠계에서는 트레이너 없이 영웅 되기가 어렵다.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호날두(Cristiano Ronaldo) 선수는 명실상부한 득점왕이자 세계 최고의 몸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날두 옆에는 개인 트레이너가 따라다닌다. 아무리선수의 과거 경력이 화려하다해도 그게 다는 아니기 때문이다. 완벽을 향한 뜨거운 갈망과 최고에 오르고자 하는 절절한 욕망을 가진 사나이. 호날두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내일 저는 오늘보다 더 나아져 있어야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상태여야 하고요. 제가 올해 50골을 터뜨렸다면 내년에는 55골을 원해요. 저는 항상 더 많은 걸 바랍니다.”
호날두의 트레이너는 자신의 선수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고 어떤 것을 위해 그렇게 했으며 그 결과 얻은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상한다고 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선수가 밀리거나 상대의 추격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도 어김없이 체크를 한다. 뛰어난 트레이너는 다음 경기에서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할 때도 밀리지 않고 추격 받지 않게 선수의 경기 운영 흐름을 뒤바꿔 놓는다. 그는 손짓 하나로 단숨에 선수와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내기도 한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승으로 이끄는 것은 선수가 아니라 트레이너다. 트레이너의 말 한 마디, 한 번의 지적이 선수의 마음을 바꾸고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다.

글쓰기도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아무리 짤막한 글이라도 트레이너의 시선을 거치면 더 좋아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제법 긴 글일 때는 어쩌겠는가. 명실공(名實共)히 자타가 공인하는 필력(筆力)을 가진 사람이라도 트레이너의 말을 들어보지 않으면 빈 구석이 생기게 마련이다.
광고를 만들거나 대중가요를 작곡하는 사람들은 만들어진 작품을 일단 가까이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선보이고 그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아이들의 반응이 즉각적이면 그 작품은 틀림없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살배기 아이들까지 좋아했다는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 노래 조회가 30억 뷰 가까이 되는 신기록을 세웠고 이 가수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초등학생의 반응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연예계 제작자들처럼 글쓰기 또한 세상에 내놓기 전에 읽어보고 훈수할 수 있는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초등학생이 이해하지 못하는 설명서는 이미 설명서가 아니다. 중학생이 어리둥절해 하는 자기소개서도 이미 자기소개서가 아니다. 고등학생이
독해 불가능하다는 소설 또한 소설로서의 생명력이 오래가기 어렵다. 전공이 다른 대학생도 설득시킬 수 있는 리포트여야 드디어 리포트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진부한 문장으로 점철된 글을 쓰고 싶지 않다면 끊임없이 트레이너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글에 매몰되어 있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자기자신 바깥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글쓰기도 시대에 따라, 사회 분위기에 따라 꾸준히 변화하기 때문이다. 도로의 아마추어인 초보 운전자가 쓴 문구만 봐도 글쓰기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초보”라는 두 글자만 큼직하게 쓰인 차량이 전부였다. 어느 날부턴가는 “왕초보”, “진짜 초보”로 강조 기법이 동원되는가 싶더니 “좌우 백미러 전혀 못 봄”, “원초적 운전자가 타고 있어요.”로 슬쩍 길어졌다. 그러다가 이제는 “내 그림자 밟지 마요~.”, “어머! 이 글씨가 보이세요? 그럼 너무 가까이 붙으셨어요.” 또는 “미치겠
쥬? 지는 환장하겠시유~~.”라는 사투리 버전으로 애교스런 웃음을 자아내더니 급기야 “실력은 초보, 건들면 람보”라고 제법 운까지 맞춘 당당하지만 살벌한 대구법의 글귀까지 나오게 되었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의 독백만을 담아 내는 것이 아니다. 초보운전자들의 문구처럼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다. ‘남이 뭐라 하더라도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면 그만’이라는 독선과 오만은 결과적으로 불통 인간을 낳거나 망상 속에서만 만족을 얻는 허망한 나르시스트를 만들어내고 만다.(끝)

 

장미영교수 | (기초융합교육원)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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