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목)


존중과 공존

By 전주대학교 대학신문사 , in 신앙과 선교 , at 2022년 12월 1일

[전주대 신문 제925호 11면, 발행일: 2022년 11월 30일(수)]

 

 

선과 악을 판단하는 권한을 사람이 가지면 누구라도 자신을 신으로 여깁니다. 노골적인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마치 신처럼 자신의 논리와 기호와 유익을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습니다. 타인 위에 군림하고 약탈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도 바꾸고 선도 바꾸고 질서도 바꿉니다. 만약 참된 사실이 자신들의 이득과 대치되면 그 사실의 조작과 왜곡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 조작과 왜곡에 시비를 거는 자들이나 판단할 때에 개입할지 모르는 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발견되면 이물질로 여깁니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기준의 소유자를 발견하면 제거해야 할 정적의 일순위로 찍습니다.

하나님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전략상 자신들의 판단을 꾸미는 들러리로 세웁니다. 그러나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는 순간, 신이라도 자신에게 까부는 존재로 여기며 교묘하고 야멸차게 버립니다. 인간 사회에서 선악을 결정하는 권력의 소유자가 타락하고 악독하고 잔인하고 맹목적인 이유는 본래 권력을 다룰 자질과 자격이 없는데도 스스로 취하였기 때문에 초래된 벌입니다. 신만이 가진 절대적인 권력이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절대적인 부패에 이릅니다. 그나마 견제하는 장치가 있을 때에는 부패에도 억제력이 생깁니다. 당연히 부패를 방지할 견제 세력들을 존중하며 공존해야 하는데, 그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는 것은 자해하고 자멸하는 것입니다. 부패와 몰락의 가속 페달을 밟는 짓입니다. 가정이든, 교회든, 학교든, 국가든, 어떠한 공동체든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그런 무리에 가담하지 마십시오. 같이 망합니다. 교회에서 집사와 장로와 목사와 교사가 동역하는 것은 대단히 아름답고 건강한 것입니다. 집사의 권세, 목사의 권세, 장로의 권세, 교사의 권세는 모두 하나님에 의해 위로부터 주어진 고유한 것입니다. 서로의 권세를 존중하며 공존할 때 아름다운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물고기 공동체를 실험한 결과 전체의 15%는 다른 물고기를 괴롭히는 악한 부류에 속합니다. 그런데 그 15%를 제거하면 85%의 착한 물고기만 남아서 평화로운 공동체가 될 것 같은데 또 다시 15%의 악한 물고기가 나온다고 말합니다.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피해를 끼치고 모멸감을 주는 원수가 있더라도 그와의 공존이 부정적인 일만은 아닙니다. 다른 원수의 출현을 억제하는 희한하게 긍정적인 순기능도 있습니다.

행정부에 주어진 권세, 입법부에 주어진 권세, 사법부에 주어진 권세, 가정에 주어진 권세, 여당과 야당에게 주어진 권세는 무시해도 되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억누르는 인위적인 제거의 대상이 아닙니다. 개인도 살고 사회도 사는 가장 좋은 비결은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지 않은 권세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공존함에 있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권위와 권세를 그분에게 돌려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 순종으로 한반도에 희망의 빛 한 줄기라도 보태는 분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전주대 공동체에 그런 분들이 많이 나타나 암담한 현실에 희망의 빛을 비추는 공동체가 되기를 원합니다.

 

한병수 교수 (선교신학대학원 신학과 조교수/선교봉사처장/선교신학대학원장)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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