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을 꺼내 읽자
[전주대 신문 제924호 13면, 발행일: 2022년 10월 26일(수)]
인터넷이 대중화한 이후 지식·정보의 독점 환경이 크게 변화하였다. 과거에는 월등한 지식·정보를 소유한 교수자가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굳이 많은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양질의 지식·정보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 역시 텍스트에서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으로 다변화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매체는 분명 지식의 독점 체제를 허물고 모두가 쉽고 편리하게 원하는 지식에 다가설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도 섣불리 내칠 수 없는 가치 또한 존재한다. 종이책의 가치가 그렇다.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알맹이만 쏙쏙 뽑아내어 짧은 분량으로 만들어낸 콘텐츠도 분명 나름의 가치가 있다.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오늘날 사회 환경에서 이런 지식이 더욱 쓸모 있다고 믿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지식·정보의 정수(精髓)를 온전하게 얻기 위해서는 한 권의 책을 숙독(熟讀)하는 방법 이상의 왕도가 없다. 책은 누군가가 오랜 시간 경험하고, 생각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제일 온전한 형태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책을 읽는 데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읽는 정독(精讀), 빠르게 읽어나가는 속독(速讀),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발췌독(拔萃讀) 등이 그것이다. 영상물에 비유하자면 한 편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는 것이 정독, 배속 빨리감기 기능으로 시간을 아끼며 감상하는 것이 속독, 필요한 부분만 감상하는 방식이 발췌독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자신의 필요에 따라 독서 방법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지식·정보를 최대한 온전한 형태로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 한 권 정독해보기를 권한다.
그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을 필요도 없다. 책의 첫 면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면을 읽고 나서 맨 뒷장을 덮는 완독(完讀)을 목표로 잡으면 어떨까? 사실 이 완독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주변 환경들이 책 읽기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유혹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책 한 권 읽기를 끝마쳤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행복감은 일상에서 쉽게 얻기 어려운 귀중한 경험이다.
이 완독의 경험을 기왕이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으로 하였으면 한다. 종이가 주는 따뜻한 질감과 책 내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 느끼는 손끝의 촉감, 읽던 곳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시해놓는 책갈피 등은 인간의 감성을 다양한 형태로 일깨우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전자책이나 영상물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가치이다.
가을,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햇살이 싱그럽고 바람도 상쾌하다. 이런 계절에는 어느 곳이든 책만 펼쳐 놓으면 바로 야외 도서관이 된다. 마침 독서의 계절을 맞아 우리 대학 도서관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서가에 꽂힌 책을 한 권 뽑아 들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우리 대학 캠퍼스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는 소중한 경험을 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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