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8.(목)


죄에 대한 책임의 무게

[전주대 신문 제920호 8면, 발행일: 2022년 05월 25일(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당신, 희대의 연쇄살인마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당신의 눈앞에서 자살을…

By editor , in 기획 , at 2022년 5월 25일

[전주대 신문 제920호 8면, 발행일: 2022년 05월 25일(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당신, 희대의 연쇄살인마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당신의 눈앞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공익을 위해 고민하던 당신은 외면할 것인가? 살릴 것인가?

 

사람은 죄를 짓고 나면 반드시 그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거짓말 같은 사소한 죄든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무거운 죄든 법은 그 죄에 합당한 책임의 무게를 단다. 그런데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희대의 연쇄살인마가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그 죄의 책임은 누가 감당해야 할까?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저 역시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내가 이 자들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요. 그러지 않도록 저를 지켜주는 것은 피해자들입니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눈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슬픔을 제 눈으로 봤는데 제가 가해자들과 동화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사건들을 사전에 빨리 차단하지 못했다는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제 중심을 잡아줍니다.”라며 자신이 악에 물들지 않게 붙잡아주고 중심을 잡고 버티게 해준 사람들이 범죄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잊히지 않는 고통 속에서 남은 생을 살아간다. 무고하게 죽임당한 자기의 딸을, 아들을, 혹은 부모를 생각하면서 분노와 슬픔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과는 반대로 어떠한 무게도 감당하지 않으려고 생을 저버리려는 가해자가 있다면,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심정은 감히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피해자는 자기를 죽인 살인자가 죽지 않고 살아서 법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추악한지, 그로 인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를 원할 것이다. 자신이 세상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였는지 깨닫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목숨을 가볍게 여겨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가 자신의 목숨마저 가볍게 여기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살아서 자기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그에 합당한 죄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들과 남겨진 이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원하는 결과일 것이다.

 

물론, 이 살인자가 형을 선고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형을 다 채우지 않고 가석방될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법이 책임의 대가를 지우고, 가해자가 그 법을 따라 책임의 무게를 지는 과정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 더하여,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범인이 잡혔다는 통쾌함과 더불어 죄의 무게는 무겁고, 죄를 지은 자는 자기의 행동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유일한 목격자인 내가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살려서 이러한 결과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필자는 아무리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라 하더라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서 당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당신의 찰나의 희열을 위해서 희생된 자들과 남겨진 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몸소 느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결코 위대하고 무서운 살인마가 아닌, 그저 법이 무서워 도망가는 한낱 도망자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게 살리는 이유는 그의 생명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과 억울함의 눈물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짊어지기 싫어서 쉽게 목숨을 끊어버리는 나라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이 산다면, 이는 더 큰 슬픔과 분노를 남길 것이다. 사람들은 정의에 기대지 못하고, 정의를 지키려는 자들의 노력은 수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가해자를 살려서 자신의 죄에 대한 합당한 무게를 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진주현 기자(jjh8222@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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