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멈춰 서자 수면 위로 드러난 장애인 이동권
[전주대 신문 제921호 6면, 발행일: 2022년 06월 29일(수)]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며 여러 차례 시위를 진행했다. 이 시위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2호선, 3호선, 4호선, 5호선, 인천국제공항철도와 대구 지하철 1호선 역에서 진행되었다. 현재는 지하철이 아닌 도로 행진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는 어떤 단체일까?
2007년에 설립된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사회 개혁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하는 장애인 인권 단체이다. 전장연은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는 세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회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장애인 대중이 스스로 행동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2007년 출범했다.
전장연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삶의 역사에는 철저한 억압과 차별이 있었으며, 그러한 억압과 차별이 현재까지 만연하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의 경쟁 사회는 장애인을 무가치하고 기준 이하의 존재로 만들며, 그저 시혜와 동정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장애인의 인권은 그저 정권의 정당성을 치장하기 위한 부속물로 전락해버린 신세일 뿐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차별받는 세상에서 전장연은 장애인 차별 철회와 장애 해방을 위해서 투쟁하고 있다. 지금도 전장연은 시위하면서 장애인 인권을 위해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장애인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전장연 시위에 대한 불만과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장연이 비난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전장연 시위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시위가 일어난 배경은 박 전 시장이 2015년 ‘서울시 장애인이동권 선언’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서울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100%를 약속한 것이 시초이다. 발표 이후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20215년 87.7%에서 지난해 92.2%(283곳 중 261곳)로 증가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2021년 서울시 본 예산에 엘리베이터 설치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전장연은 지난해 초 네 번의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만나 목표 기한 내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2년 예산에도 설계 작업이 완료된 8곳을 제외한 나머지 역사는 사업비가 반영되지 않았다.
전장연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 시위와 함께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촉구했다. 교통약자법 개정안 촉구 시위는 지난해 12일 6일부터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진행됐다.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로 교체 의무화’ 법안, ‘중앙정부의 특별교통수단 지원 확대 및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였다.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은 지하철이 없는 비수도권 장애인들에게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전국 저상버스 실 보급률은 아직 28%(9,791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매년 저상버스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목표를 달성한 적은 없다. 이는 혜화역 시위가 진행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 운행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서울교통공사 태도에 많은 시민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 행위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시민들의 전장연 시위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위가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하면서 판도는 뒤집혔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 것이다. 시위 장소가 대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인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전장연은 출근 시간대에 수도권 전철에서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넣는 방식으로 열차 출입문이 닫히지 못하게 만들어 열차의 출발을 지연시키면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때 일어난 전철 스크린도어의 파손이 더욱 화제가 되어 전장연의 시위가 시민들의 큰 이목을 끌었다.
전장연 시위는 이렇게 큰 논란을 끈 2022년 2월 3일부터 매일 아침 진행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 1분 발언을 계기로 잠정 중단했다. 심 후보는 마지막 1분 발언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시위하는 장애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10위 선진국임에도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위를 걷으시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장애인 선진국 만드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성원하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에 전장연은 심 후보의 발언에 감사를 표하고,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면담을 요구하며 지난 3월 24일부터 6일간 지하철 출근길 시위가 재개됐다. 지하철 시위가 재개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시위가 벌어진 지하철 호선을 중심으로 정체가 이어지며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적게는 30분, 많게는 1시간이 훌쩍 넘게 지하철 운행이 지체되며 직장인들이 제시간에 출근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안내방송에서는 다른 교통수단 이용을 권고하는 내용이 나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시위 장소가 대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며, 시민들이 몰리는 출근 시간에 시위를 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많은 추세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시위라는 것이 본래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지하철이 시위에 최적인 장소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전장연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소유 건물에서 87일간 시위를 진행했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이에 애초부터 정치권과 시민들이 관심을 가졌다면 지하철 점거시위까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위에 따른 시민들의 피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출퇴근 직장인을 중심으로 전장연 시위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서울교통공사 역시 시위의 취지를 이해하지만, 운영의 차질이 크다며 3,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전장연이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라 큰 피해가 일어나는 경우 그들이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전장연의 시위에 따라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준다면 전장연의 시위가 선례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후 다른 시민 단체가 전장연의 행보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위협하면 요구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폭력적, 테러적인 시위를 한다면 더욱 높은 수위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우리는 전장연 시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시위에 관심을 가진다면, 전장연의 처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장애인 차별 문제 해결과 장애인 인권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전장연도 시민들의 시선을 의식해 목적을 이룬 이상 불특정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전장연이 바라는 것은 오직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이다. 이동권은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권리이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불법시위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시위를 했을 때는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약자들만의 불편함은 묵살되기 쉽다. 지금은 절박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윤혜인 기자(hyeout@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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