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1.(목)


책읽는 사랑방

[884호 11면, 발행일 : 2018년 11월 7일(수)]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소년이 온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38년이 지났지만, 이 역사적 사건은…

By editor , in 문화 , at 2019년 7월 25일

[884호 11면, 발행일 : 2018년 11월 7일(수)]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소년이 온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38년이 지났지만, 이 역사적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영화와 소설, 웹툰을 통해 계속 소환되고 기억되고 있다. 아직도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 있지 않은 데다가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택시운전사>가 상영되어 1,200만 명 이상이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1970~ )의 2014년 창작소설 『소년이 온다』의 1~6 장은 각각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생존자들 증언의 조합에 의해 ‘소년 동호’가 부각되고 그를 통해 5.18 광주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드러난다. 각 장의 시간적 배경이 1980년에서 시작하여 1985, 2010, 2014년까지 전진하다가 원점으로 돌아오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은 이 사건이 완료된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임을 암시한다. 광주 5.18과 관련된 기억과 아픔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적을 향해야 할 총구가 자국민을 향했을 때, 그 죄악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심각한지를 이 작품은 인생이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고문 피해자들을 통해 문학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1장의 주인공이자, 2인칭 초점화자 ‘너’이기도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인 동호는 같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정대 남매의 시신을 찾다가 끔찍한 모습을 한 시신들을 깨끗이 닦아내는 일을 하게 된다. 하루만 두 여성(3장의 주인공 은숙과, 4장의 주인공 선주)을 도와주기로 하였지만, 동호는 그곳을 떠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날인 5월 27일에는 도청 사수대에 합류한다.

고등학생이라고 속이고 도청에 남아 있던 동호는 형들의 말대로 다른 소년 4명과 함께 숨어 있다가 손을 들고 나왔다. 아무리 공수부대라도 항복하는 어린 소년들은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도부가 판단하여 그렇게 했던 것인데 공수부대 장교는 손을 들고 걸어 나오는 소년들을 그 자리에서 사살한다. 그러고는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동호가 이처럼 죽음에 이르기까지 현장을 지킨 이유는 친구인 정대의 죽는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도 나서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빗발치는 총알 때문에 정대에게 다가가지 못하였고 시신마저 수습하지 못하였다. 한편 정대는 구덩이에 던져졌다가 다른 시신들과 함께 공수부대에 의해 소각 처리되어 시신을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이 특정한 이념이나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고자 했던 공동체적연대감,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시민 정신, 인간의 존엄을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용기에 의해 발생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신군부측은 억지로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려고 하였지만, 그들은 일체의 약탈을 삼갔고, 앞을 다투어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치료하였으며, 주먹밥 만들기부터 악취가 진동하는 시신 처리까지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자원봉사하였다. 공수부대에 의해 진압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목숨 걸고 도청을 지킨 것도 사실은 자신들을 희생함으로써 다른 시민들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순수함과 정당성을 만천하에 입증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신군부는 그들의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살육을 저지른 이후에도 항쟁가담자들을 모질게 고문하였다. 그 후유증으로 자살하거나 정신 질환을 심하게 앓은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이 작품은 생존자들의 이야기인 3~6장을 통해 밝히고 있다. 최근에도 헬리콥터 기총소사, 광주 비행기 공습 준비, 집단 성폭행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소년이 온다』는 동호와 같은 억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고문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1980년 5월 광주에서처럼 국가가 군대를 동원하여 자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짓밟는 참담한 비극이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작가와 광주시민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내고 있다.

김승종 교수  |  한국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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