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1.(목)


책읽는 사랑방

[886호 11면, 발행일 : 2018년 12월 6일(수)] 다양한 역사적 관점과 유시민『역사의 역사』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치인이며, 「썰전」, 「알쓸신잡」 등에…

By editor , in 문화 , at 2019년 7월 29일

[886호 11면, 발행일 : 2018년 12월 6일(수)]

다양한 역사적 관점과 유시민『역사의 역사』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치인이며, 「썰전」, 「알쓸신잡」 등에 출연한 방송인으로 널리 알려진 유시민의 공식적 직업은 ‘작가’이다. 유시민은 경제학자이면서도 『거꾸로 읽는 세계사』, 『나의 한국현대사』 등과 같은 역사책을 저술한 바 있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였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청소년 시기부터 역사에 깊은 관심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의 역사』는 헤로도투스에서 하라리에 이르기까지 지난 2500년간 활동했던 역사가들의 주요 저서를 소개하는 가운데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는 책이다. 9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역사를 바라보는 15개의 관점을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를 인류 최고의 역사서로 보고 있다.

『사기』의 구조는 나무와 같아서 ‘표’는 뿌리, ‘본기’는 줄기, ‘세가’는 가지, ‘서’는 마디와 옹이, ‘열전’은 잎과 꽃에 해당한다. 중요한 역사의 사실을 확인하려면 ‘본기’를 읽어야 한다. 그러나 재미와 깨달음을 원하는 사람은 ‘열전’에 끌린다. 사마천은 황제와 고관대작들의 행위에 관한 사실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천하와 시대의 과거를 재현할 수 없다고 보고,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단서로 삼아 뛰어난 인물의 행적을 분석하고 평가함으로써 당대의 사회상을 구석구석 그려 보였다.

600여 년 전에 북아프리카에서 『역사서설』을 쓴 이븐 할둔은 가장 낯선 인물이지만, 이 책에서 가장 매력을 발하는 역사가이다. 그는 이슬람왕국들의 흥망사를 살피는 가운데 일종의 ‘역사의 법칙’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그가 발견한 역사의 법칙은 ‘아싸비아’였다.

‘아싸비아’란 어떤 집단 내부에 형성되는 유대감, 연대 의식, 집단의식을 말한다. 아싸비아 이론은 이타 행동을 강조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기중심적 또는 이기적 동물이지만 때로는 이타적 행동을 한다. 자신을 버리고 공동체와 다른 구성원을 위해 위험과 희생을 감수하는 개체가 더 많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다른 집단을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할둔은 발견하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병사가 많은 군대가 그렇지 않은 군대를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븐 할둔과 더불어 저자가 애착을 보이는 역사가는 에드워드 H. 카이다. 그의 저서인 『역사란 무엇인가』는 널리 알려진 교양서이지만 실제로는 난해한 편이다. 저자는 이 책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지식인 사회가 도달한 최고 수준의 지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E.H.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주장하였다. “사실을 가지지 않으면 역사가는 뿌리 없는 존재가 되고, 역사가를 만나지 못하면 사실은 생명도 의미도 없다.”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크로체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토인비는 사마천과 마찬가지로 공직자 신분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광범위한 사료를 장기간 수집할 수 있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문명은 “외부 환경의 도전에 대한 성공적 응전의 산물”이다. 문명은 응전에 성공하면 성장·발전하고, 실패하면 쇠퇴하며, 실패한 응전이 지속되면 해체의 운명을 걷는다. 도전이 가혹할수록 응전하는 힘도 커지지만, 지나치게 가혹하면 문명 자체가 말살되기 때문에 지나치지 않은 수준의 적당한 도전이 문명의 성장에 가장 유익한 자극을 준다는 것이 토인비의 견해이다.

『역사의 역사』는 이처럼 한국의 역사학자들을 비롯한 동서양의 주요 역사학자들의 핵심적 주장을 소개하고 그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독자들은 이 한 권의책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연구하는 방법론들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 알 수 있으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접할 수 있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자기 나름의 주체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임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김승종 교수  |  한국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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