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6.(토)


“초행(初行)”

[869호 5면, 발행일 : 2017년 9월 13일(수)] 디지털지도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처음 가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스마트폰 검색창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만 넣으면…

By editor , in 오피니언 , at 2019년 7월 22일

[869호 5면, 발행일 : 2017년 9월 13일(수)]


디지털지도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처음 가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스마트폰 검색창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만 넣으면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완벽하게 알려줍니다. 한 가지 경로만을 알려주는 것도 아닙니다. 최단시간, 최단거리, 최소요금 등을 고려한 대안을 함께 제시해주고 그 가운데 추천경로를 따로 뽑아내 알려주기도합니다. 자동차로 가는 길만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선 지도 이미 오래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와 시간, 교통수단의 운행시간표까지도 기가 막히게 알려줍니다. 요새는 최적의 자전거도로 경로와 도보 경로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놀라운 디지털 기술 발전입니다.
이제는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진 물건이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승용차 운전석 뒤 수납주머니에는 두툼한 책자가 늘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전국도로교통지도’라는 다소 투박하고 정직한 제목의 이 지도는 제법 든든한 길라잡이역할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전주대까지 도착하는 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출발 전에 소축척지도를 보면서 어떤 고속도로를 타야 하는지 결정합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에서 논산까지는 천안논산 고속도로, 논산에서부터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서전주나들목으로 빠져야 한다는 경로를 머리에 넣어두고 출발합니다. 그리고 서전주나들목을 나와서는 전주시 또는 전라북도 지역의 대축척지도를 보면서 나머지 길을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익숙한 길이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초행인 경우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여기서부터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차창을 열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를 찾아갑니다.
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세대와는 다르게 저처럼 아날로그의 영향을 깊게 받은 디지털 이민자(DigitalI mmigrants)에게는 종이 지도 방식의 길찾기가 훨씬 편안하고 정감 있게 느껴집니다. 특히 목적지가 ‘전주시 완산구 천잠로 303’과 같은 분명한 주소를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전주대학교의 일원(一員) 되기’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나 관념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공식적으로 임용장을 받은 지 겨우 보름 정도가 흘렀지만 그 짧은 기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의 격려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어수룩한 초행자(初行者)가 창문을 열고 길을 여쭐 때마다, 학과·단과대·학교의 선임 교수님들과 행정부서의 직원 선생님들이 어리석게 여기지 않고 다정다감하게 옳은 방향을 알려주십니다. 한 해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 새로 만나게 된 선생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살갑게 다가와주는 우리 학생들에게는 더욱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러한 관심과 도움 덕분에 하루하루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학교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분들이 저에겐 초행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길라잡이입니다.
제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디지털로 대체가 불가능한 아날로그만의 영역이 있습니다. 관심과 격려와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특히 그러합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필자가 앞으로 그러그러한 일원에 그치지 않고 ‘가치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지면을 빌려 많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두귀 쫑긋 세우고 기다리겠습니다.

백진우교수  |  (한국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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