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예정 교수님 특집 인터뷰] 역사문화콘텐츠학과 이재운 교수님
[전주대 신문 제906호 09면, 발행일 : 2020년 01월 13일(수)]
이번 호는 우리 대학을 위해 힘써주신 정년퇴직 예정자 특집호로, 올해를 마지막으로 전주대학교에서 정년퇴직하시는 역사문화콘텐츠학과 이재운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이재운 교수님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문화자원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활용을 위해 노력해오신 분으로, 우리 대학에서 한국사를 40년간 강의 하셨다.
Q.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역사문화자원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활용을 위해 노력해오신 이재운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문대학 역사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한국사를 40년 동안 강의해 온 이재운 교수입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사적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유⦁무형유산, 천연기념물, 근대 문화재, 민속 문화재 등의 보존 및 관리를 위해 설립된 국가기관입니다.
현재 저는 강원도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있는 500여의 사적을 보존하고 관리하며 사적이 지닌 가치를 향유하게 하고 또 새로이 사적으로 지정될 곳을 선정하는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Q. 고창 고인돌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여 등 총 120여 가지가 넘는 활동을 진행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하신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전라북도에서도 십수년간 문화재위원장을 맡고 있어 우리 지역의 문화재 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국가사적분과 위원장을 맡으면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전라북도의 가치 있는 역사유적을 국가 사적이 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현재 정부는 가야 문화권 사적 복원을 핵심 주요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전에 가야는 경상남도, 경상북도 즉, 김해와 고령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남원의 두락리⦁유곡리 고분이 가야의 대단한 고분이라는 것을 밝히게 되었고, 국가 사적으로 지정하고 세계 문화유산 등재까지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 지역 고고학자들의 연구가 결실을 맺은 거지요.
아울러 장수 동천리 고분도 가야 고분으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을 했구요.
이외에 진안 도통리 청자 유적지는 청자 역사의 편년을 새로이 써야 하는 주요 국가사적지가 되었습니다.
또한, 훼손 위기에 처한 유적지 보존을 위해 긴급 대책을 모색하는 일을 함으로써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유산들을 후손들에게도 원형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낍니다.
Q. 다양한 문화재 관련 일들을 진행해 오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일을 진행해 오시다가 막힌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또한, 힘든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멀리 출장을 자주 다니는데 힘들었던 것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항상 설렙니다.
우리의 유적지에 가는 것, 우리의 유물을 만나러 가는 것에 대해 늘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라서 그렇게 느낍니다.
우리 학생들도 참으로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면 모든 시간과 열정을 바쳐도 지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늘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권면합니다.
Q. 이번 학기를 끝으로 퇴임하시고 학교를 떠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주대학교의 교수로 계시면서 학생들과 함께라서 좋으셨던 이야기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제가 국가 사적 일을 맡으며 설레고 흥미로웠지만, 그것과 견줄 수 없는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은 우리 학생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전주대학교는 저의 40년의 교수 생활 동안 저와 함께 성장한 저의 모교와도 같습니다.
전주대학교는 저의 봄, 여름, 가을이었습니다.
저의 꿈의 씨를 심고 장성한 나무를 만들어 튼실한 결실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 제자들입니다.
저는 저의 제자들에 관해서는 서울 어느 유수 대학의 학생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잠재력이 많습니다.
저는 그러한 학생들에게 세계를 구경시켜 주고 싶어 제가 학생처장을 맡고 있을 때 Catch the world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첫해에 지원자가 많았습니다.
선발된 학생들이 해외를 다녀온 후 발표를 했는데, 그때 저는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놀랐습니다.
우리 전주대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얼마나 엄청난 능력의 친구들인지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평소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을 때 학생들은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완수해왔습니다.
최근 졸업생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그 학생에게서‘처음으로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준 분이 교수님이었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 편지를 받고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는 것 같아 매우 행복했습니다.
Q. 위의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드셨기 때문에 작년 한 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없었던 데 대해 많은 학생들이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것이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에게 에너지가 솟아날 것입니다.
꿈을 향해 가다가 좌절과 포기라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생을 넘어지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넘어지고 난 뒤 다시 일어서면 됩니다.
넘어질 것을 무서워하여 걷지 않는다면 다리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포기라는 것은 넘어졌는데 일어서지 않는 것입니다.
포기하는 게 곧 실패입니다.
실패하고 넘어지더라도 걸으세요.
평지, 자갈길, 진흙길 등의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다양한 길을 경험해 가다 보면 다리가 튼튼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넘어져도 금방 일어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자신에 대한 존중감으로 자기 자신을 버텨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 존중감이 있어야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꿈이 확실히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오늘 무엇을 하더라도 확실한 자기 목표와 계획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번 새해에는 노트의 맨 앞장에 자신의 꿈을 적고 그 꿈을 실천해나가기 위한 실현 방법, 올해의 목표를 적은 후 세부 계획을 세우십시오.
꿈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상황 저런 상황이 온다 하여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나의 방향에 대해서 스스로가 옳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주변이 뭐라고 하든 간에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역사가 가르쳐 주는 교훈을 기억해 주십시오.
많은 훌륭한 역사 속의 인물들은 현재의 평가에 급급하지 않고 미래에 후대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의식하며 사는 게 역사의식입니다.
자신이 지방의 사립대 학생이라고 스스로 위축되는 것만 버리면 얼마든지 비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꿈 너머 꿈을 계속 유지하십시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 역사를 잘못 알려주어 논란이 된 강사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역사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중요한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역사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하고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은 해야지요.
하지만 역사는 너무 지나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학문은 아닙니다.
또한, 역사는 단지 역사적 사실들, 지식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신라인, 고려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처럼 역사학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입니다.
역시란 흥밋거리가 아닙니다.
역사란 오늘을 사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한 어떻게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것인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삶의 선택에 있어서 올바른 선택,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데에 있어 역사가 도움을 줍니다.
역사란 똑같은 사실이지만 관점에 따라서 해석, 평가, 이해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관점이 중요합니다.
역사 속에 담겨 있는 많은 사실, 사건 속에서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성공한 역사를 다시 살려 극대화하는 일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입니다.
임정훈 기자(yimjh6360@jj.ac.kr)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