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 대학언론
[전주대 신문 제919호 5면, 발행일: 2022년 04월 27일(수)]
[숭대시보, 대학언론의 현실을 보여주다]
▲숭실대학교 대학언론 탄압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교직원이 강제 철거하고 있다. (사진: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숭대시보(숭실대신문)는 학우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을 감시·견제하기 위해 대면 수업 추진과 방역 대책을 취재했다. 그러나 주간 교수와 전문위원은 기사화를 말렸고, 학생 기자들은 이에 반발하며 1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 이후 학생 기자 8명이 해임당했다. 한 세기 동안 공들여 세워진 정론직필과 진실 보도가 학교에 의해 무너진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숭실대학교 총장은 “조주빈은 25살로 여러분과 같은 대학생이고 학보사 기자였고 그 학교를 위하는 편집국장이었다. 학교에서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지만,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제지받지 않았고 그 학교는 그 악마를 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총장이,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학보사 기자를 성범죄자 조주빈과 비교한 일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후 학생 기자들과 주간 교수가 협의를 진행해 해당 기사 내용을 다른 면으로 옮기고 주간 교수가 기사를 퇴고하기로 했다. 동시에 기자 해임 건을 취소하며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이에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숭실대 신문방송 규정에 따라 주간 교수는 편집국장을 포함한 임원 해임권만 가지고 있을 뿐 학생 기자 전체에 대한 인사권은 없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주간 교수는 “징계권에 따른 규정에 바탕을 둬 내린 정당한 결정이었으며, 1면 백지발행은 집단항명으로써 학보사 기강 확립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숭실대의 학내 언론탄압 이전에도 대학언론 탄압과 관련한 여러 사건이 있었다. 서울 과학기술대학교의 ‘서울과기대신문’이 학과 학생회의 학생회비 횡령 사건을 보도하자 대학 본부가 배부된 신문을 강제 수거한 일이 있었다. 서울대학교의 ‘대학신문’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관한 온라인 기사를 작성했는데, 주간 교수가 “노동자 입장에 편향된 기사”라고 판단해 게재를 불허했다. 또 개교 70주년 기념 식사 기사 배치에도 잡음이 있었다. 결국, 대학신문은 백지 신문을 발행했다.
이번 사태로 숭대시보가 속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31개 학보사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충청권대학언론연합 등이 ‘언론탄압을 중단하라’라는 내용의 규탄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충청권대학언론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대학언론이 본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권력에 맞서 싸울 비판적 역할을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숭실대는 숭대시보의 편집권 침해를 넘어 침탈했다. 이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며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또 숭실대 대학본부를 향해 “기자 전원 해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그리고 언론탄압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주간 교수는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언론의 위기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차종관 집행위원장과 청대신문(청주대신문) 맹찬호 편집국장을 인터뷰해 대학언론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 논의해보려 한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차종관 집행위원장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차종관 집행위원장입니다. 대학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대학언론 활동을 하며 대학언론 탄압이나 불합리한 조치를 겪으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저는 학보사와 대학방송국, 영자신문사, 교지편집위원회 등 대학에 소속된 언론 활동이 아닌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언론 활동을 했습니다. 독립언론이지만 대학 내에서 활동하는 독립언론이기에 대학언론의 불합리한 조치와 탄압을 봐왔습니다. 대학언론에서 도움을 청하기도 했고요. 연대를 요청하거나 언론탄압의 해결책을 같이 찾는 등 상호 협력을 했습니다. 실제로 제 모교에서 학내에서 성폭력, 불법 촬영 사건이 일어났었는데, 대학언론이 이 사건을 직접 다루면 학교 위신 문제가 있다는 주간 교수의 압박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대학언론 기자들이 찾아와 해당 기사를 독립언론에 대신 올려달라고 요청했고, 제가 자체 취재를 해 내용을 보강하고 기사를 올렸습니다.
Q: 최근 숭실대학교에서 언론탄압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언론이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숭실대학교의 언론탄압 문제는 모든 대학언론이 겪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언론탄압에 맞설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송법과 언론법에서는 언론의 편집권을 보장하도록 적시되어 있으나, 대학언론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학교 기관이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겁니다. 그래서 대학언론도 법제화해 대학언론에 대한 자치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운영권과 편집권을 독립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대신문 맹찬호 편집국장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청대신문 편집국장 맹찬호입니다. 청주대학교에서 4학년으로 재학 중이고, 법학과와 신문방송학과 복수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Q: 대학언론 활동을 하며 느낀 대학언론 탄압이나 불합리한 조치를 겪으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A: 너무나 많습니다. 첫 번째로 온라인 신문의 확대입니다. 저희는 온라인 신문을 발행하는 곳이 아니라 종이 신문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곳입니다. 코로나와 학교의 불합리한 조치로 종이신문 발행을 못 하는 것이지 청대신문의 모든 기자는 종이신문 발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종이신문 발행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는 예산이 없다며 오히려 온라인 신문 발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홈페이지 문제입니다. 청대신문 홈페이지가 생긴 지 6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학교 홈페이지에서 청대신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관련하여 학교에 수정을 계속 요청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끝으로]
대학언론은 대학을 위해 존재한다. 대학언론은 학생회와 더불어 학교가 올바른 길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존재다. 또한 학교의 운영이 잘못되어 갈 때 직언을 통해 대학의 자생능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대학언론의 편집권 독립은 지켜져야 한다.
대학언론인들은 학우들에게 봉사하고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활동한다. 이러한 대학언론인의 마음을 헤아려 대학본부가 대학언론 보호와 지원을 아낌없이 해준다면, 학교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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