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6.(일)


한국, 피해자의 입장 되돌아봐야

[전주대 신문 제908호 13면, 발행일: 2021년 3월 24일(수)]       한국, 피해자의 입장 되돌아봐야 지난 3월 11일 일본에선 동일본…

By jjnewspaper , in 오피니언 , at 2021년 3월 31일

[전주대 신문 제908호 13면, 발행일: 2021년 3월 24일(수)]

 

 

 

한국, 피해자의 입장 되돌아봐야

지난 3월 11일 일본에선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맞이해 여러 위로의 메시지가 서로에게 오갔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비롯한 많은 의원들이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고 안전한 내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이렇게 자국민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나라가 왜 타국에 대해서는 그 감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든다.

일제강점기였던 1923년에도 일본의 관동지방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10만 채가 넘는 가옥이 완파되는 등의 대규모 피해를 입고 일본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이와 같은 국가적 공황 상태를 바로잡고자 일본 정부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사실무근의 소문을 퍼트렸다. 외국인에 대한 분노를 이용해 일본 민중은 하나로 뭉치게 되었지만, 이때 일본인에 의해 6천여 명이 넘는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되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남긴 상처가 이뿐이랴. 지금껏 사죄조차 받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도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이다.

다른 나라에 큰 역사적 상처를 입히고서도 일본은 뻔뻔스러운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해자가 일본뿐일까. 폭력은 대물림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항상 피해자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쟁이 남긴 상처를 품고 괴로워하고 있는 베트남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의 피해자들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의 전쟁>은 우리나라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제강점기로부터 불과 19년이 지났을 무렵 한국군은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었다. 당시 약 80개의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광경을 목격했다는 한 생존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봤어. 한국군이 사람을 모아서 총으로 쐈어. 내가 봤어.” 이후 우리나라는 전쟁 특수로 6.25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며 급속한 경제도약을 이뤘다.

민간인 학살의 생존자 중 한 명인 응우옌 티 탄 씨는 지난 2018년 한국에서 개최한 시민평화법정에 참석했다. 민간모의법정인 그곳에서 응우옌 티 탄 씨는 자신의 가족들과 이웃을 죽인 사람들로부터 사죄를 받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정에 참가한 참전 군인들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매년 전몰장병 합동 위령제를 치르며 자신들을 국가의 영웅으로 예우해 주길 바랐다.

또한 한국 정부는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며 사죄를 미루고 있다. 이런 내로남불식 태도는 비단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일본을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피해에 대해 사죄를 받고 싶다면서 가해에 대해서는 왜 사죄하지 않는 것일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우리도 일본과 다를 바 없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앞으로 사회의 주역이 될 우리 대학생들부터 이런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강훈 기자(hkhoon95@jj.ac.kr)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Share on Facebook
Facebook
Tweet about this on Twitter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