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목)


10대들의 ‘명품 소비’, 新등골브레이커 되다

By jjnewspaper , in 경제와 사회 , at 2021년 5월 14일

[전주대 신문 제910호 4면, 발행일: 2021년 5월 12일(수)]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1970)>라는 책에서 상품을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된 사회를 ‘소비사회’라고 이름 붙였다. 여기서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소비사회에서의 소비란 생존을 위해 상품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상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욕망이나 쾌락을 충족시키는 것을 말한다. 장 보드리야르의 주장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소비 지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명품 소비가 빠질 수 없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명품 소비를 하는 주요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명품 온라인 플랫폼 머스트잇의 2020년 구매 데이터에 따르면, 구매 건수 증가율에서 10대의 증가율이 67%로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왜 10대 사이에서 명품 소비가 이렇게 퍼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전부터 이어지던 명품 소비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10대들의 명품 소비 실태
2019년, 스마트학생복에서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총 358명의 10대 청소년들 중, 명품(액세서리, 의류, 신발 등)을 구매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56.4%가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변에 명품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의 비율은 ‘거의 없거나 한두 명’이 4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반에서 3~5명’ 33.5%, ‘반에서 3분의 1 정도’ 14.8%, ‘반에서 절반 정도’ 19명, 5.3%, ‘절반이 넘는 인원’ 5.6%로 나타났다.

우린 샤넬, 루이비통 안 사요”, 구 명품 vs 신 명품

10대에게 인기를 누리는 신 명품으로는 아미, 메종 마르지엘라, 르메르, 오프화이트, 메종 키츠네, 스톤 아일랜드, 로에베, 이자벨 마랑 등이 있다. 새롭게 등장한 신 명품이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의 클래식한 구 명품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신 명품의 공통점은 ‘로고 플레이’다. 신 명품 브랜드는 눈에 확 띄는 로고가 특징적이다. 특히 지난해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로 얼굴을 가리게 되면서 브랜드 로고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된 10대를 포함한 젊은 연령층의 사람들에게는 신 명품이 더욱 인기다. 코로나19와 로고 플레이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신 명품의 인기는 10대들 사이에서 더욱 불거졌다.

명품 하울부터 스타 마케팅까지… 대중매체의 영향력

인터넷 방송에 구매 후기 및 품평 컨텐츠의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하울(haul)’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주로 특정 제품 혹은 브랜드의 제품을 다량 구매한 후 그 제품을 품평하며 제품에 대한 솔직한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내용을 담는다. 이런 하울 영상은 화장품, 의류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그 중 럭셔리 하울, 즉 명품 브랜드의 제품 하울 영상이 주를 이룬다.
또 10대들 사이에서는 돈 자랑을 한다는 뜻의 ‘플렉스(flex)’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자신이 명품을 구매한 사진을 SNS에 게재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 ‘여신강림’에서는 웹툰 속 고등학생 인물들이 샤넬 귀걸이부터 톰 브라운 가디건 등 비싼 명품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고등래퍼’의 고등학생 출연진도 베르사체 재킷과 메종 마르지엘라 스웨트 셔츠 등을 착용하고 나와 명품을 입는 것을 힙합 문화라고 야기하며 그것이 그들만의 문화라고 각인시켰다.

유명 명품 브랜드가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셀럽들을 브랜드의 홍보대사로 기용하는 것도 젊은 층의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이다.
국내 한 대형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이 한류스타를 통해 실제 기대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홍보대사 제안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10대 팬들이 아티스트들의 명품 홍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10대들의 명품 소비, 왜 증가했을까?

10대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명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명품을 착용하고 있는 셀럽들 역시 많이 등장하고 있다. 외모와 옷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 시기인 만큼 10대들은 그만큼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유행을 따라가는 소비는 ‘자기 과시’로 이어질 수 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비싼 명품에 대한 인식과 조망이 생기고 이를 SNS에 다시 과시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또래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방 소비의 이유도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한 명품 하울 영상이나 또래의 명품 구매 사진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10대가 많이 사용하는 SNS 플랫폼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10대들에게 명품 소비에 대한 노출이 쉽다는 이야기다. 노출이 많이 될수록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SNS 속 명품 제품을 본인도 구매하고 싶은 모방 심리 또한 커질 가능성이 높다.

10대 명품 소비 증가가 불러온 여파

유행을 따르며 또래 문화 속에서 인정받고 싶은 자기 과시의 욕구가 존재하는 만큼 명품 소유는 또래들 간의 비교를 부추기기도 한다. 명품 소유 유무와 소유하고 있는 명품의 급에 따라 비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가격대별 명품의 급을 나눈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10년대의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패딩 유행을 떠올리게 한다. 수십 만 원 대의 고가 패딩은 2010년대의 학생들의 필수품이었다. 이 유행으로 ‘등골브레이커’라는 수식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패딩의 가격에 따라 계급을 나누었다. 학생들은 점점 더 높은 계급, 더 높은 가격대의 패딩을 입기 위해 부모님 동의 없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위 계급의 패딩을 착용할 시엔 주변에서 괴롭힘까지 당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10대들의 명품 소비 역시 이미 제2의 ‘등골브레이커’로 불리고 있다. 물론 자신의 용돈을 모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인 만큼 부모님의 경제적인 도움이나 아르바이트 등 외부에서 얻는 경제적인 도움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불법 도박 사이트나 미성년자 불법 아르바이트 또한 문제로 제기된다.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명품 소비가 불러오는 범죄도 심각하다. 2019년 3월, 찜질방에서 훔친 스마트폰으로 은행 계좌에서 4천 만 원을 빼돌린 고등학생이 경찰에 검거되었다. 훔친 돈은 모두 명품 구매에 사용되었다. 또 지난 경기 의정부에서는 중학교 3학년 A와 B가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수천 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와 명품 가방을 훔친 사건이 있었다. 이렇게 명품 구매를 위한 금품 절도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이외에도 명품을 향한 10대들의 관심을 악용해서 사기행각을 펼치는 등 범죄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10대 명품 소비의 부정적인 영향은 학교 폭력과 불법에서 그치지 않는다. 10대들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직업 선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만큼 청소년들은 다양한 조건을 두고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의 특기, 흥미, 꿈, 안정성, 수입 등을 조건으로 두고 진로를 선택해야 하지만,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수입이 조건의 전부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이 아닌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진로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명품 구입을 통해 느끼는 자존감 문제도 얘기가 나온다. 명품 구입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청소년 시기에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10대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누리꾼들은 과시가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명품 구매, 부모님의 도움이 아닌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는 명품 구매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명품과 재화에 대한 기준 가치가 불명확한 청소년 시기에 청소년 명품 구매 문화는 긍정적인 소비문화로 보기엔 어렵다. 그러나 사회와 미디어, 청소년이 함께 노력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사회와 미디어는 10대에게 소비를 겨냥한 명품 광고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광고를 심어야 한다. 또 10대 청소년들 역시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스스로 만족을 느끼는 소비를 지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표수연 기자(vytndus54@jj.ac.kr)

일러스트: 김은지기자(dmswl1259@jj.ac.kr)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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