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안 물어요, 타인에게는 ‘남’의 개
[전주대 신문 제903호 5면, 발행일 : 2020년 10월 15일(수)]
지난 9월 25일 안민석 국회의원은 개 물림 사고견에 대한 관리 강화를 주장하며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맹견 규정에 속해있지 않은 반려견이 사람 또는 다른 반려견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공격성 평가를 통해 맹견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 반려견은 외출 시 입마개 등의 보호 장비와 견주의 의무교육이 실시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 공격성을 보인 반려견에게 맹견과 같은 제한을 둘 목적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2000여건의 개 물림 사고 중 일반 반려견에 의한 상해 사고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상해 사고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 의한 소음 문제도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일 울산 남구에서는 이웃 주민이 옆집 반려견의 소음을 참지 못해 견주에게 폭행을 가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호에서는 일상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어쩌다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반려동물 양육비율 추세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반려동물 양육비율은 26.4%로 대한민국 가구의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만 20세 이상부터 64세 이하 성인 남녀에게 온라인 패널 조사를 한 결과로, 이는 2010년도 17.4%의 비율 대비 약 1.5배 증가한 모습이다.
이 중 ‘개’의 양육비율(중복응답 가능)이 83.9%, ‘고양이’ 32.8%로 양육인구의 대다수가 기르고 있으며 이외의 동물들은 1% 전후의 비율을 차지했다.
통계에 따르면 ‘개’는 약 598만 마리, ‘고양이’는 약 258만 마리가 양육되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1000만을 넘어선 요즘, 관련 사건도 그에 따라 늘어가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유자와 비소유자간 갈등
2017년도에 가수 최시원 씨의 반려견이 상해 피해를 일으켜 논란이 되었다.
당시 같은 아파트 주민을 엘리베이터에서 물었던 최씨의 반려견은 목줄도, 입마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엿새 후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다. 패혈증은 상처가 생겼을 때 감염이 일어나, 이에 대한 면역 반응이 온몸에서 생명을 위협할 수준으로 강하게 나타내는 증상이다.
이때 녹농균이 감염되어 패혈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피해자가 큰 외상을 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로 인해 사망에 이르러 평상시 반려동물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반감이 퍼져갔으나 피해자 유족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아 조용히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후 최씨 가족이 피해자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는 녹농균 검사 소견서를 제출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회피하려 한다는 의견이 네티즌 사이에서 오갔다.
이 일은 피해자 가족은 물론이고 대중들의 공분까지 샀으며, 평소 반려동물의 위험성을 느끼고 있던 비소유자와 소유자간의 생활속 갈등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로부터 발생하는 층간소음 문제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현재의 법 규정으로는 층간소음은 사람에 의한 소음만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소음 문제는 제재되고 있지 않는다.
다행히도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759조에 의거해 동물의 점유자에게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민사소송까지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주민들은 마지못해 참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앞서 언급한 반려견 소음을 참지 못해 벌어진 폭행 사건을 비롯하여 해마다 소음과 관련된 문제가 늘어가고 있다.
관련 제도의 비인지
소유자의 제도 비인지도 반려동물 관련 갈등을 조장하는 원인중 하나이다.
관련 제도와 법규로는 시·군·구청 및 등록대행기관에 반려동물을 등록해 무선식별장치를 내장하는‘동물등록제’,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규제가 담긴 ‘동물보호법’, 반려견 소유자들이 지켜줘야 할 수칙들을 설명한 ‘반려견 소유자 준수사항’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동물등록제’의 경우 전체 응답자 중 50.1%가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39%의 응답자는 제도명만 인지하고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알렸다.
심지어 나머지 10.9%의 반려동물 소유자는 제도명 자체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전해 낮은 인식 정도를 보이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등록제보다 조금 더 높은 56.3%의 응답자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43.7%는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반려견 소유자 준수사항’은 가장 낮은 49.4%가 인지하고 있으며 먼저 설명한 두 제도와 마찬가지로 반절 안팎의 응답자만이 관련 제도를 숙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관련 제도의 인지가 반드시 제도 준수로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가뜩이나 소유자의 낮은 인지비율 때문에 더 제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엔 반려동물과 관련된 현행법들이 적용된 기간이 길지 않아 사회적 행위규범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소유자는 물론이고 비소유자들도 관련 규범들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준수되지 않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누구하나 제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 적용된 ‘동물등록제’의 경우 반려동물 미소유자 중 45%가 제도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전했지만 반려동물 소유자 중에서도 가장 낮은 인지율을 보인‘반려견 소유자 준수사항’은 미소유자 중 20.8%만이 관련 사항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가 전반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제도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것을 보이며 제도 비인지가 관련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도적 관리 부족
소유자들에게는 비인지 문제가 있다면, 각 지자체에는 관리 소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동물등록제’는 2014년 1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이행 수준은 약 67.3% 내외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법’의 관련 조항들도 사실상 지켜지는 비율은 매우 미비하며 반려동물 사건에 85%는 문제 발생 후 주민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반려견 소유자에 대한 주순사항 미준수 이유로 ‘단속이 되는 경우가 드물어서’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이는 지자체의 동물보호 전담인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실제로 필요한 인원 대비 약 0.7명 수준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조사 응답자들도 동물보호 전담인력 확충과 관련 제3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해외의 제도와 관리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 입양이 간단한 절차로 진행되는 반면 해외에서는 입양부터 엄격한 준비와 기준이 요구된다.
독일에서는 반려견을 입양하려면 전문기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이론과 실기로 나눠져 있으며 입양 전 필기시험을 거친 후 반려견과 함께 생활 속 행동과 돌발 상황 등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실기 시험에서 확인한다.
시험을 마친 후 소유자는 준수사항과 관련 법률에 대해 숙지한 상태로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도 이러한 법규들이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의 ‘동물등록제’와 비슷한 펫 라이센스가 있어, 라이센스 없이 반려동물을 6개월 이상 기를 시 한화로 약 30만 원 상당의 벌금형에 처한다.
법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독하기 위해 동물 통제 검사관이 순찰 중 불시에 검문하기도 하며 때론 각 가구에 방문하여 확인하기도 한다.
등록된 반려동물들의 소유자는 자신이 기르는 동물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훈련시키게 된다.
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공격성을 보이면 소유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안전에 대한 법이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해외의 여러 나라들은 반려동물과 사람, 양방향에 대한 안전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를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해 늘어가고 있는 반려동물 수와 함께 생겨날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려동물 보유세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소유자들은 지인에게 분양을 받아 키우게 된 사례가 과반수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사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규범을 준수하지 않거나 기르던 동물을 유기하는 일도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반려동물 입양 시 소유자의 의무에 대한 기본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 담당인원을 충분히 배정하여 교육과 관리를 지속해 나갈 것이 요구된다.
올해 초 정부에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만약 반려동물에게도 보유세가 부가된다면 이 세금으로 관련 인원 확충과 동물 교육 및 보호 시설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려동물에게 물린 피해자들을 위한 치료비 지원과 반려동물에 의해 훼손된 공공시설들의 정비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보유세 부과는 이와 같은 장점과 더불어 소유자의 무분별한 사육을 막고 책임성도 강화시키는 간접효과까지 기대된다.
여러 동물권 단체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에 모두가 찬성의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
일부 애견인들은 본인은 규범에 맞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 보유세가 유기견 관리 등의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제에도 쓰일 것이라 주장했다.
또 이미 반려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가정에서는 추가 비용이 나가는 것인데 이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고 전했으며 이러한 가정들 중에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도 늘어날 것이라 설명했다.
이번 ‘반려동물 보유세’ 제도가 여러 반려동물 관련 문제들에 해결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반작용으로 따라올 새로운 문제가 예상되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검토 중인 보유세와 해외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반려동물 관련 문제가 극적으로 바뀌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추가적인 제도 구상과 관리에 노력을 쏟음과 동시에 사회적 인식을 높여 소유자 개인의 책임감 강화와 비소유자의 주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한강훈 기자(hkhoon95@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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