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으로 희화화된 사회적 메시지
[전주대 신문 제927호 9면, 발행일: 2023년 3월 8일(수)]
전 세계가 열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국 드라마가 ‘더 글로리’로 또 한 번 열풍을 일으켰다. ‘더 글로리’는 고등학교 시절, 잊을 수 없는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동은’이 가해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온 생을 바쳐 복수를 준비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더 글로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글로리’를 보는 시청자들은 가난한 환경에서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사는 가해자들을 응징하고 복수하며 가해자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얻는다. 또한, 17년 동안 복수를 준비한‘동은’이 가해자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그들을 나락으로 몰고 가는 자극적인 응징이 정당하다고 보고 그녀의 복수를 응원한다. 더하여, 연기파 배우들의 현실 같은 연기와 매력적인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인기 드라마일수록 명대사와 명장면을 패러디하며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드라마를 패러디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작품을 다양하게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도를 넘은 2차 창작은 원작의 사회적 메시지를 지우고, 희화화하여 그저 웃음거리로 소비된다.
쿠팡플레이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3’이 ‘더 글로리’의 패러디 코너 ‘더 칼로리’를 선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장면은 ‘더 글로리’에서 가해자들이 고데기, 다리미 등으로 ‘동은’의 몸에 화상을 입히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장면을 ‘더 칼로리’는 ‘이수지’가 두 남학생에게 이끌려 체육관으로 들어서자, ‘주현영’이 “나는 다이어트 중인데 너는 잘 먹고 다니네. 안 되겠다. 고데기 열 체크 좀 해볼까”라고 말하며, 고데기로 쥐포를 지지는 모습으로 패러디했다. 이 모습을 본 ‘이수지’는 구워지는 쥐포를 고통스럽게 바라보면서 “지금 먹어야 하는데, 지금이야. 한 입만”이라고 외쳤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들에 의해 잃어버린 명예와 영광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온 생을 바칠 만큼 간절하고 처절한 복수를 담은 작품이기 때문에 2차 창작이나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주의가 필요하다. 과도하고 무분별한 2차 창작이 많아질수록 사회를 향한 원작의 메시지는 흐려지고, 그 힘이 약해진다. 가해자를 향한 채찍질이 그저 웃기 위한 소재로 전락하게 된다.
그저 작품을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 원작의 사회적 메시지를 지운 2차 창작은 과연 옳은 문화 향유일까?
기사: 진주현 기자(jjh8222@jj.ac.kr)
디자인: 조희주 기자(zlxl020@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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