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목)


21세기 마약과의 전쟁

By 전주대학교 대학신문사 , in 사회 , at 2022년 10월 28일

[전주대 신문 제924호 5면, 발행일: 2022년 10월 26일(수)]

 

마약류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의 마약은 ‘마취 작용을 하며 습관성을 가진 약으로 장복하면 중독증상을 나타내는 약물’이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마약은 마약과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을 총괄하는 의미로 혼용됐으나, 현 명칭은 마약류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마약류는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 사용 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금단현상 등이 나타나고,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로 정의되어 있다.

 

사람들은 왜 마약류를 끊지 못할까?

마약류를 처음 접하게 되는 계기는 대부분 단순하게 쾌락을 맛보기 위해서다. 마약류를 했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이 때문에 뇌의 피질에서 선조체로 도파민 등의 신경 정보가 전달되는 ‘쾌감 회로(보상 회로)’가 왜곡되기 시작한다. 또 기쁨을 느끼려면 도파민이 신경 세포에 있는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해야 하는데 도파민양이 과도해지면 이 수용체들이 결합하지 않고 숨어 버린다.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이 일부러 수용체 수를 줄이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수준의 쾌감을 위해 더 많은 도파민이 필요해지고 중독자들은 마약류 투여량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 마약류의 역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광복 이전까지 우리나라에 유통된 마약류는 아편이 흔했으며, 반입 시기는 구한말로 추정된다. 광복 이후인 1963년, 합성 마약류인 메타돈이 남용되기 시작했고 1965년에는 마약 중독자가 3만 5,000명에 달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정부는 1965년부터 대대적으로 마약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시작해 1967년 마약사범은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유흥·향락 문화가 발전하면서 필로폰이 국내에서 급속도로 퍼지게 됐다. 1989년, 정부는 대검찰청에 마약과를 신설하고 필로폰 제조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 이후 1991년까지 3년간 국내의 거의 모든 필로폰 조직을 와해시키는 데 성공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 다시 마약류가 퍼졌고 국내외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나며 불법 마약류는 필로폰에서 서구에서 많이 사용하는 야바, 엑스터시 등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연예인들의 잇따른 마약류 사용 적발로 대중에게 알려지고 다크웹과 텔레그램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에게도 마약이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유엔(UN)은 마약류 사범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미만인 나라를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2016년 25.2명을 기록함으로써 6년 전에 그 대열에서 이탈했다. 지난해 적발된 국내 마약사범은 1만 6,152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만 8,575명이 적발됐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27개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검사한 결과, 모든 곳에서 불법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특히 필로폰은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전국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결과다. 지난달에는 한 유명 연예인이 1,000여 명분의 마약류를 소지하고 있는 것이 적발되어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마약류 범죄의 특성상 수사기관이 적발하지 못하는 사건이 훨씬 많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국내 마약 인구를 100만 명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에게까지 마약이 퍼졌다는 것이다.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으로 전체의 0.8%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450명으로 2.8%를 차지하며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20대 마약사범도 2,112명(15.0%)에서 5,077명(31.4%)으로 크게 늘었다. 30대(25.4%)를 합하면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범 중 10~30대 비율은 59.6%에 달한다. 경남경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부산·경남에서 합성 마약의 하나인 펜타닐을 불법 처방받은 뒤 투약·소지하거나 되판 10대 고교생 54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최근 경찰이 한 ‘텔레그램 마약 방’을 수사하던 중 총책이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일반인들과 청소년이 마약류에 접근하기 쉬워진 이유에는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이뤄지는 유통 구조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대면 거래가 중심이었던 과거에는 마약을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도 텔레그램과 가상화폐, 접속 정보를 암호화한 다크웹이나 딥웹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필로폰 1회 투여량인 0.3g이 치킨 한 마리 값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가격이 낮아지기도 했다. 이에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이 마약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있다.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자 초범이 늘었다. 서울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의 마약사범 가운데 초범 비율은 2019년 74%(1,751명)에서 지난해 75.8%(1,962명)로 소폭 상승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마약류에 대한 가벼운 시선이 경각심을 무너뜨렸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몰고 온 ‘코카인 댄스’나 식품 혹은 생활용품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붙여 단순히 중독성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처럼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마약류에 대한 인식을 안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하듯 이름에 마약이 들어간 제품의 검색을 막는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마약이라는 말 대신 다른 대체어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마약류에 대한 대책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8월 취임 일성으로 “SNS나 가상자산을 통해 마약이 쉽게 유통돼 청소년까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라며 “집중 단속을 통해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약류 범죄의 특성상 단속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마약에 벗어날 수 있는 치료와 재활이 동반되는 종합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마약류 범죄가 늘고 사회적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있는 지금 관련 예방 교육이 필수적이다. 청소년의 경우 호기심으로 인한 초범자가 대부분이므로 이를 시작하지 않기 위한 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마약류 범죄의 특성상 재범자들의 재검거 비율이 높다. 대검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마약 재범자 중 3년 이내 재검거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만큼 재활을 통해 재범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처벌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마약류 범죄의 증가와 심각성보다 마약류 양형기준이 낮다는 의견이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마약사범 4,747명 중 절반에 달하는 2,089명(44%)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마약사범 비중은 2019년 1,723명(41%), 2020년 1,642명(42.9%) 등 해마다 느는 추세다.

 

우리나라와 마약류

우리나라는 그동안 마약류 사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적었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낮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마약류 사용량은 점점 증가하고, 최근에는 범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마약범죄 소탕 작업을 공포했다. 마약류의 중독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되는 처방이 없으므로 예방 교육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최선의 방법이다.

 

기사: 송민호 기자 (immino@jj.ac.kr)

디자인: 김은솔 기자(ssolk1129@jj.ac.kr)

 

* 인용가능 (단, 인용시 출처 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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