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타임킬러, 숏폼
[전주대 신문 제923호 6면, 발행일: 2022년 09월 28일(수)]
우리는 점점 더 작은 시간 단위 위에 살아가고 있다. 더 짧은 시간 안에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졌고, 영상 매체도 이 중 하나다. 유튜브의 활성화가 이루어졌을 당시 세상은 10분 남짓한 시간에 양질의 내용을 담을 수 있음에 놀랐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영상 단위는 1분 미만으로 더 잘게 쪼개졌다.
누구나 쉽게, 빠르게, 간단하게
문자 그대로 짧은 영상을 의미하는 숏폼(Short Form)은 평균 15초에서 1분 미만, 길어봐야 10분을 넘기지 않는 동영상 콘텐츠이다. 이러한 콘텐츠의 성장 배경에는 ‘틱톡’이 있다. 틱톡은 누구나 쉽게 짧은 영상을 만들고 누구나 쉽게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전례 없는 성장세로 빠른 성장을 이룩한 틱톡을 선두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역시 각각 ‘쇼츠(Shorts)’와 ‘릴스(Reels)’를 출시하며 숏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Z세대 숏폼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6개월 내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Z세대는 81.2%에 달했다. Z세대는 평균적으로 평일에는 75.8분, 주말에는 96.2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었다. 깨어 있는 시간 중 75분 이상 숏폼 콘텐츠를 시청할 정도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다.
숏폼의 성장 동력은?
숏폼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영상의 비율이 세로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과거 디스플레이 시장은 TV와 PC가 독점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용자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스마트폰에서 기기를 가로로 눕혀 시청해야 한다는 불편함은 자연스레 세로 영상의 보급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세로 영상은 오직 스마트폰에서만 적합한 형태지만 스마트폰이 거의 신체의 일부나 마찬가지인 MZ세대에게 세로 영상의 한계성은 오히려 세로 영상의 수요 확장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특징이라면 역시 짧은 시간이다. 디지털 세상이 우리에게 선물한 편리함은 우리 삶의 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효율 높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교)를 따지는 일은 예삿일이다. 여러 가지 가치 중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게 숏폼의 짧은 러닝타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1분이라는 시간은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이며 그 시간 안에 여러 가지 경험이 담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영상의 길이가 짧아진 것은 현대인의 ‘주의집중 시간’이 감소한 영향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10분에서 1시간 내외의 영상에서도 피로감을 느끼며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듯 영상은 마침내 10초 내외로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 번째로는 접근성이다. 숏폼은 다른 콘텐츠와 비교할 수 없는 접근성을 자랑한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특징에서 파생된 장점을 이유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진입장벽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로 형태의 영상은 한 손으로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짧은 러닝타임은 긴 시청 시간을 요구하지 않아 여가 시간과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 등 틈새 시간을 활용하여 숏폼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숏폼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별다른 촬영 장비나 편집 작업 없이 그저 몇 번의 터치만으로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때문에 숏폼에서는 누구나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동시에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대숏폼시대 열리다
숏폼을 논함에 있어 절대 빠질 수 없는 틱톡은 숏폼의 대표주자를 넘어 ‘숏폼의 창시자’란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다. 틱톡은 지금의 숏폼 기준에 포함되는 15~60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틱톡 앱 내에서 소리·화면 등 간단하게 영상 편집이 가능하다. 또한, 반응·듀엣 기능처럼 다른 사용자와 함께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Z세대를 중심으로, MZ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판 틱톡이라 불리며 출시 초기부터 ‘틱톡의 모조품’이라며 강하게 비판받았던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는 20년 8월, 앱 내에 릴스 기능으로 별도의 동영상을 올리는 기능을 추가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터를 잘 닦아놓은 인스타그램 안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릴스가 지닌 차별성은 연예인·인플루언서의 접근성이다. 인기 숏폼 콘텐츠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릴스의 성장은 틱톡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유튜브는 TV와 방송사 중심이던 영상 시장을 다양한 영상 매체와 1인 방송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롭게 재편했다. 현재는 50억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유튜브도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며, 60초 이내의 세로 동영상을 지원하는 ‘쇼츠’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블로그를 통해 “틱톡이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며 틱톡을 견제하고 있는 속내를 드러냈다. 쇼츠의 가장 큰 강점은 ‘저작권’이다. 유튜브가 보유한 라이선스 음원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저작권 문제로 논란이 잦은 틱톡에 비해 상당한 이점이며, 50억 명의 기존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사용층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현재 쇼츠는 유튜브 내에서 베타 서비스 중이며, 올 하반기에 단독 앱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최대의 포털 사이트이지만 한 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 바로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사용자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영상 콘텐츠가 떠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는 절대적이었다. 자세하고 생생한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과 글 위주의 블로그보다는 영상으로 특화된 유튜브, 특유의 감성으로 어필하는 인스타그램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래서 네이버는 블로그용 동영상 편집기인 ‘블로그 모먼트(Blog Moment)’를 출시했다. 편집과정에서 지도, 쇼핑 등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
세계적인 OTT 열풍을 선도했던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들 역시 숏폼 플랫폼에 진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숏폼 서비스 ‘패스트 래프(Fast Laughs)’를 선보였다. 넷플릭스가 선별한 최대 1분 길이의 세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으며, 각 영상에 대한 반응을 표시할 수 있다. 롱폼(Long Form) 콘텐츠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보는 숏폼을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홍보하며 기존 사용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심은 있었지만 긴 호흡으로 넷플릭스 시리즈가 부담됐던 사람들에겐 패스트 래프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최고의 마케팅
‘동원F&B’는 MZ세대를 겨냥해 ‘맛의 대참치’ 캠페인을 진행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 참치 레시피를 흥겨운 CM송과 함께 소개했을 뿐인데, 1,54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빙그레’는 손흥민에게 축구공이 아닌 ‘슈퍼콘’을 건네줬고, 그는 리듬에 맞춰 다소 엉성한 막춤을 선보였다. 이미 한국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슈퍼콘은 그 입지를 더욱 굳건히 했고, 세계인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동원F&B와 빙그레의 캠페인의 성공사례를 시작으로 광고 업계에서도 대세로 떠오르며, 주요 광고 상품을 숏폼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두 사례 역시 1분이 안 되는 형태지만, 시청자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시청자는 브랜드 이미지 및 정보 전달 측면에서 15초 이내의 광고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광고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나 대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숏폼 콘텐츠로 홍보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숏폼은 MZ세대에게 더없이 완벽한 형태로 다가왔다. 빠르게 몰입하며 타오르고 빠르게 식어버리는 이들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다양한 콘텐츠들을 쉽게 경험할 수 있으며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도 않는다. 숏폼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빠르게 솟아오른 불꽃이지만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사: 김현하 기자(dpdlcl@jj.ac.kr)
디자인: 김지혜 기자(rwg1130@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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